사회 피플

"中 역사 침탈에…3000년 도둑맞아"

◆'동북공정 백서' 낸 고구리·고리연구소 서길수 이사장

중국, 20여년간 치밀하게 계획해

자칫 역사 분쟁이 전쟁 부를 수도

우리나라 문제 심각성 인지 못해

국민이 깨닫고 연대하는게 중요

서길수 고구리·고리연구소 이사장이 서울 동교동 연구소에서 중국의 역사 침탈 부당성과 그에 대한 대응을 역설하고 있다.서길수 고구리·고리연구소 이사장이 서울 동교동 연구소에서 중국의 역사 침탈 부당성과 그에 대한 대응을 역설하고 있다.




“중국은 20여 년간 역사 침탈을 하며 ‘동북공정’을 끝냈습니다. 우리는 싸움 한번 번번이 하지 못한 채 3000년 역사를 송두리째 도둑맞은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그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그냥 동북공정 얘기가 나올 때마다 화만 낼 뿐이죠.”



1일 ‘동북공정 백서’를 출간한 서길수(78) 고구리·고리연구소 이사장이 27일 서울 동교동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우리는 중국과의 역사 전쟁에서 완벽하게 패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고구리와 고리는 서 이사장이 고구려와 고려를 부르는 명칭이다.

경제학사를 전공한 그는 1990년 광개토대왕비를 만난 후 32년간 고구려 역사와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해 천착한 연구자다. 한때 일본이 박은 쇠 말뚝을 없애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 ‘쇠 말뚝 교수’라는 별칭도 얻었다.



서 이사장은 중국의 동북공정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은 2001년이지만 실제로는 1979년부터 현재까지 4단계로 치밀하게 계획돼 실행됐다고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고구려가 중국 역사의 일부’라는 역사 왜곡 주장을 넘어 중국사회과학원의 국책 연구로까지 발전시키며 본격적인 역사 침탈에 나섰고 이후에는 발해까지 자신들의 역사에 포함해 ‘국사화’하는 데 이르렀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수(隨)·당(唐)과 고구려의 전쟁도 국가 간 전쟁이 아니라 난을 평정한 ‘국내 전쟁’이 됐다고 한다. 서 이사장은 “동북공정이 2009년까지 진행됐다”며 “이를 통해 고구려와 발해는 완전히 중국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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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길수 고구리·고리연구소 이사장이 연구소에서 발간한 ‘동북공정 백서’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서길수 고구리·고리연구소 이사장이 연구소에서 발간한 ‘동북공정 백서’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이것이 중국 정부만의 생각이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대표 포털 사이트 바이두를 보면 고조선과 고구려·발해의 역사를 중국 국사로, 신라·고려·조선은 중국의 번속국으로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과 중국이 세계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중국 국민은 물론 많은 다른 국가도 이미 대동강 이북의 땅을 한국이 아닌 중국의 영토로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례로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중국의 주장을 그대로 담은 영국의 미술사 자료를 근거로 지도를 작성·전시해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서 이사장은 “미국 대학입학자격시험(SAT)에는 한(漢)이 한강 이북을 차지하고 있다는 내용도 나온 적이 있다”며 “이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미국과 유럽에까지 영향을 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단순한 역사 침탈에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에 일어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근저에는 ‘우크라이나가 과거 러시아의 영토였다’는 역사 인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자칫 역사 침탈이 전쟁을 부르는 촉매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서 이사장은 “중국이 일본·베트남·카자흐스탄·러시아 등 수많은 국가와 영토 분쟁을 벌이는 것도 속을 들여다보면 이러한 역사관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나 학자·국민 모두 역사가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구리·고리연구소에서 최근 발간한 ‘동북공정 백서’.고구리·고리연구소에서 최근 발간한 ‘동북공정 백서’.


문제는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나라에서는 위기의식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오히려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갈등을 우려해 조용히 넘어가려고만 한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상황이 이러니 국민도 우리 역사를 빼앗겼는지조차 모른다고 한탄한다. 서 이사장은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중국과 잘 지낼 것인지에만 신경 썼지 역사를 어떻게 강탈당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이런 상황에 계속된다면 서서히 끓는 물 속의 개구리처럼 어떻게 빼앗겼는지 모르고 우리 역사를 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가 제시하는 해결책은 ‘국민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이 관심을 가져야 정부나 학계를 움직일 수 있고 한국사가 중국사의 일부가 되는 것이 기정사실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역설한다. 역사 침탈을 당하고 있는 다른 국가와의 연대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게 서 이사장의 판단이다. 그는 “중국과 역사·영토 분쟁을 겪고 있는 곳은 20개국에 달한다”며 “이들과 손을 잡고 대응한다면 우리 역사는 절대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송영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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