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출구전략'찾는 우크라이나…돈바스 영토 포기하나

젤렌스키, 5차 평화협상 앞두고

"러시아와 국경지역 논의 준비"

‘빠른 종전’ 위해 한발 물러나

우크라이나 중립국화도 언급

LPR, 러 연방 가입 국민투표

한반도처럼 분단국 가능성도

우크라이나 동부에 들어선 친러시아 세력인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군인이 2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이 퇴각하면서 버리고 간 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우크라이나 동부에 들어선 친러시아 세력인 자칭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군인이 27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군이 퇴각하면서 버리고 간 탱크를 살펴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와의 5차 평화협상을 앞두고 친(親)러시아 반군이 점령한 동부 돈바스 지역과 관련해 타협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는 영토를 양보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으로 우크라이나가 전쟁의 출구를 찾기 위해 돈바스 포기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러시아가 최근 전쟁 목표를 우크라이나 점령에서 돈바스의 러시아 편입으로 축소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돈바스 내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은 이에 앞서 러시아연방 가입을 위한 주민투표 추진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가 결국 분단국가의 운명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독립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AP연합뉴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독립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7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 독립 언론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동부 돈바스 국경 지역에 대해 러시아와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가능한 한 빨리 전쟁을 끝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키이우가 제3자에 의해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국민투표를 거쳐 우크라이나가 중립을 선언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과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까지 러시아에 영토를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었으나 전쟁 장기화로 피해가 커지자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전쟁 승리의 기준은 영토가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국민의 생명 보호”라며 "물론 우리 땅은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은 통치 구역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러시아가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비무장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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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 등 외신은 돈바스 독립을 둘러싼 타협이 “서방에 러시아군을 공격할 수 있는 장갑차와 미사일·전투기를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전쟁 확대 우려로 무기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우크라이나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분석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비겁한 서방 국가들이 무기 지원을 결정하지 못하고 러시아를 두려워해 결국 우크라이나의 참극을 막지 못했다”며 “대러 제재도 선제 성격보다는 사후 대응에 불과하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러시아 국방부는 25일 전쟁 목표를 돈바스 지역 해방에 집중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전쟁에서 고전하자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하겠다는 목표를 접고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수도 키이우와 마리우폴 등 여러 도시를 공격했으나 강한 저항에 부딪혀 한 달이 넘도록 점령에 실패하고 있다. 이날도 우크라이나 북동부 트로스얀네츠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퇴각했으며 러시아군 병력의 일부가 체르노빌 금지 구역을 통과해 벨라루스로 철수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LPR은 러시아연방 가입을 위한 주민투표를 조만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4년 러시아가 주민투표 결과를 이유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했던 것과 같은 수순이다. 이를 두고 킬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군정보국 국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둘로 쪼개려 한다”며 “사실상 남북한처럼 분단국가를 만들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달 돈바스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LPR 독립을 승인한 뒤 이를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삼았다.

한편 돈바스 지역이 전쟁 출구전략의 고리로 부각되는 가운데 터키에서 열리는 5차 평화협상 결과에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이 발표한 협상 날짜가 엇갈려 정확한 일시는 미정이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 대표단의 다비드 하라하미야 집권당 대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28~30일 터키에서 대면 협상이 열릴 것"이라고 전한 반면 러시아 측 협상단을 이끄는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대통령 보좌관은 "우크라이나 대표단과의 오프라인 회담이 29∼30일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양국 대표단은 네 차례 협상을 벌였지만 크름반도와 돈바스 지역 등 영토 문제에서 견해 차를 좁히지 못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백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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