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상하이 봉쇄’ 장기화 땐 韓 진출 기업 부품·물류 대란 우려

현지 지사·사무소 둔 기업 564곳

판매·영업법인 많아 영향 적지만

방역강화 땐 물류난·영업 타격 관측

반도체 공급망 차질 연쇄촉발 우려

29일 중국 상하이 황푸강변의 와이탄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이 강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 지역을 4일씩 돌아가며 순환 봉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29일 중국 상하이 황푸강변의 와이탄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28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이 강을 기준으로 동쪽과 서쪽 지역을 4일씩 돌아가며 순환 봉쇄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 정부가 ‘경제 수도’ 상하이를 봉쇄하기로 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긴장의 끈을 바짝 조이고 있다. 상하이는 중국 내에서도 인건비·땅값이 높은 지역인 만큼 우리 기업의 직접 생산 시설이 적어 당장의 타격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봉쇄 조치가 장기화하거나 인근 지역으로 확대할 경우 반도체·배터리 부품 등 주요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KOTRA와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상하이에 지사나 사무소를 둔 한국 기업은 총 564곳이다. 이 가운데 제조업체만 167개에 달한다. 삼성전자(005930)를 비롯해 삼성디스플레이·기아(000270)·SK하이닉스(000660)·SK온·SK지오센트릭·LG전자(066570)·LG디스플레이(034220)·LG이노텍(011070)·롯데케미칼(011170)·현대오일뱅크 등이 현지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SK차이나, 포스코차이나, CJ그룹 중국 본사 등도 마찬가지다. 농심(004370)·오리온(271560) 등은 상하이에 생산 공장까지 가동 중이다.





중국의 첫 상하이 봉쇄 여파는 일단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 상하이 내 국내 기업들의 업태가 대부분 직접 생산 시설이 아닌 판매·영업 사무소 형식이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의 고강도 방역 제재가 오래 이어진 까닭에 현지 재택근무, 비대면 거래 등이 이미 정착된 점도 악영향을 줄인 요인으로 꼽혔다. 사무실만 운영 중인 SK지오센트릭과 현대오일뱅크 등은 직원들의 근무를 재택으로 전환하고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생산 공장 없이 판매 법인만 두고 있어 아직 별다른 영향은 없다”며 “이미 직원 대부분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거래처 등과 온라인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베이징·칭다오 등에도 분공사(지점)가 있어 중국에서의 영업이 중단될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국내 기업들이 무엇보다 우려하는 지점은 봉쇄 조치의 장기화, 확대 적용 가능성이다. 중국·외자기업들의 상하이 공장 가동 중단 사례가 확산할 경우 현지 물품·부품 조달에 발목이 잡힐 공산이 크다. 지역 경제가 위축되면서 영업·판매 자체도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단기적인 영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있어 상황을 계속 확인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상하이가 갖는 국제·경제적 위상을 고려할 때 글로벌 물류 대란과 반도체 공급망 차질이 연쇄적으로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현재 상하이 지역에는 중국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 SMIC와 2위 화홍반도체 등 내로라하는 반도체 기업 본사 및 제조 공장이 다수 들어서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상하이 인근 장쑤성 우시에서 메모리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시 공장은 SK하이닉스 D램 생산량의 절반이자 전 세계 생산량의 15%를 책임지는 핵심 제조 시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상하이 현지의 다른 반도체 기업들이 공장 가동에 차질 겪을 수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이 부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봉쇄가 장기화하면 삼성전자 판매 법인의 현지 영업에도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SK온 관계자는 “현재 창저우 배터리 공장의 부품 재고는 넉넉한 편이지만 상하이를 통하는 물류가 장기적으로 막힐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하이시는 코로나19 차단을 목표로 황푸강 동쪽인 푸둥 지역을 이달 28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서쪽인 푸시를 1일부터 5일까지 각각 봉쇄하기로 했다.


윤경환 기자·김기혁 기자·진동영 기자·강해령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