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내 나이가 어때서" 96세 초고령 환자, 강남세브란스서 잔위암 치료 성공

18년 전 위절제 후 남은 위장부위 발생 암종양 제거

위암 명의 노성훈 교수팀, 국내 최고령 잔위암 수술 성과

노성훈 교수(오른쪽)가 잔위암 수술을 받은 박상길씨에게 수술 후 관리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노성훈 교수(오른쪽)가 잔위암 수술을 받은 박상길씨에게 수술 후 관리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강남세브란스병원




18년 전 위절제 후 남은 위장 부위에 암이 발생한 96세 환자가 수술 치료를 마친 뒤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최근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잔위암 수술을 받은 박상길씨의 이야기다. 위암 수술을 받는 환자들의 연령대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노성훈 위장관외과 교수팀이 최근 1925년생 잔위암 환자의 고난도 수술에 성공했다고 29일 밝혔다. 잔위암은 위절제술 후 남은 위 부위에 발생하는 암이다. 수술 후 2~6%의 환자에서 잔위암이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번에 수술을 받은 박상길씨는 지난 2004년 부산 지역 병원에서 위암 진단을 받고 복강경 위아전절제술을 받았다. 위아전절제술은 암이 위의 중간 이하 아랫부분에 있어, 아래쪽 60% 가량을 잘라내는 수술이다. 이후 18년간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왔으나 최근 빈혈과 식후 복부 불편감, 위·식도 역류 증상이 지속되어 위내시경을 받았다. 내시경을 통해 수술 후 남겨진 위에서 6cm의 큰 종양이 발견됐고, 조직검사 결과 위암 판정을 받게 됐다.



박상길씨는 나이를 제외하고도 수술 난이도가 높은 고위험군 환자였다. 체질량지수(BMI) 29kg/㎡에 복부 비만을 동반한 데다 관상동맥폐쇄로 약물을 복용 중이었다. 과거 수두증으로 뇌실-복강 간 션트 삽입술 및 담낭절제술을 받았고, 뇌출혈로 세 차례 입원 치료를 받은 이력도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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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성훈 교수팀은 박상길씨의 종양이 크고 위벽 전층을 침범한 소견을 고려해 복강경으로 복강 내 전이가 없음을 확인한 후 개복 수술을 진행했다. 예상대로 이전의 수술들로 인해 배 안의 장기들이 심하게 유착돼 있었지만, 전문화된 술기와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3시간 47분 만에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에 수술을 집도한 노성훈 교수는 위암 수술 누적 1만 1000례를 집도한 위암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로 평가 받는다. 이번에 국내 최고령 환자의 잔위암 수술에 성공하면서 90대 환자의 위암 수술을 총 4차례 집도하는 기록을 세웠다.

박상길씨는 안정을 위해 기도 삽관을 유지한 채 중환자실에서 집중 모니터링을 받다가 수술 후 3일째 일반병동으로 이동했다. 14일째 연식(죽)으로 섭취가 가능할 정도로 빠르게 회복되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위암 수술을 받는 고령 환자의 비중은 높아지는 추세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시행하는 연간 위암 환자 수술 건수는 약 450건으로 그 중 70세 이상의 환자 비율이 19~23%를 차지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전문화된 치료와 유기적인 다학제 협진으로 위암 환자를 위한 최적의 치료에 집중하고 있다.

노성훈 교수는 “이번에 수술한 환자는 국내외를 통틀어 잔위암 수술 최고령 환자로 고난도의 수술이 요구됐다”며 “앞으로도 양질의 치료를 통해 위암 환자들이 완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수년 내에 65세 이상 인구가 20%에 달하는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예측됨에 따라 고령환자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며 “환자의 나이가 수술적 치료를 제한하는 요인이 되지 않게 수술 준비를 철저하게 해 수술 후 일상생활로 쉽게 복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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