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세포가 주변 혈관으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받으며 버틸 수 있는 시간, 즉 골든타임은 최대 3~4.5시간이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생명이 위험할 뿐 아니라 뇌의 기능이 일부 상실되어 평생 후유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발생 초기 응급의료체계 대응 시간이 크게 늘면서 응급실을 찾은 급성 뇌졸중 환자의 사망 비율이 2배 가까이 늘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중환자실 입원 비율 역시 전체의 1/3 수준에서 절반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김대희·이운정·우선희 교수 연구팀은 코로나19의 갑작스러운 유행이 국내 응급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급성 뇌졸중 환자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서울 소재 5개 소방서 산하 안전센터 25곳에 접수된 응급의료서비스(EMS) 기록을 △서울 지역 코로나19 유행 이전(2019년 2월 1일~4월 30일) △유행 초기(2020년 2월 1일~4월 30일) 등 두 그룹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다. 로스앤젤레스 뇌졸중 척도인 LAPSS(Los Angeles Prehospital Stroke Screen)를 활용해 응급구조사가 분류한 기준을 바탕으로 뇌졸중 증상을 나타낸 환자 중 분석이 가능한 465명을 추린 뒤 △코로나19 유행 이전 그룹234명(50.3%) △코로나19 유행 초기 그룹 231명(49.7%)으로 구분했다.
분석 결과 전체 465명 중 231명(49.7%)이 연구 기간 동안 급성 뇌졸중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급성 뇌졸중 환자의 평균 연령 및 증상, 증상 발현 시간 등의 특징은 코로나19 유행 전과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EMS 응답 시간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 이송시간을 기준으로 상위 25%의 환자의 경우 △증상 발생부터 119 신고까지 걸린 시간은 404분에서 680분 △출동 시간은 7분에서 9분 △환자를 의료기관에 인계 후 돌아오는데 걸린 시간은 25분에서 30분으로 각각 증가했다.
병원 응급실 대기 시간도 길어졌다. 코로나19 발병 전에는 176분이었지만 코로나19 유행 초기엔 195분이 소요됐다. 또한 뇌졸중 치료의 핵심인 골든타임 4.5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하는 비율도 78.6%(184명)에서 69.3%(160명)로 감소했다.
중환자실 입원율과 사망률 등 환자 예후도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환자실 입원 비율은 코로나19 발병 전 33.3%에서 코로나19 유행 초기 50.6%로 크게 늘었다. 사망 환자는 코로나19 발생 전 7.7%에서 13.9%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대희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성 질환이 갑자기 유행하면 응급의료체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향후 다른 감염성 질환이 유행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급성 뇌졸중 환자 등 응급환자에게 적절한 응급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지침 개발과 의료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코로나19에 따른 급성 뇌졸중 환자의 응급의료서비스 지연’이란 제목으로 대한의학회지(JKMS)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