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돌마바흐체궁전





19세기 중엽 오스만제국의 술탄 압둘 메지드1세는 기울어가는 제국의 국운을 부흥시킬 방안을 찾았다. 고심 끝에 그가 내린 결정은 수도 이스탄불에 찬란했던 제국의 위용을 보여줄 궁전을 새로 짓는 것이었다. 메지드1세는 왕자 시절 파리 유학 때 큰 감명을 받은 베르사유궁전을 참고하기로 했다. 그의 지시에 따라 1843년 보스포루스해협 인근의 옛 궁전과 왕실 정원이 있던 부지에 새 궁전을 건설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착공 13년 만인 1856년 완공된 ‘돌마바흐체(Dolmabahce)궁전’은 오스만제국의 부와 힘을 과시하듯 웅장하고 화려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구조인 이 궁전은 285개 방과 43개 홀, 6개의 하맘(터키식 목욕탕) 등으로 이뤄져 있다. 장식에 14톤의 금과 40톤의 은이 사용됐을 정도로 매우 호화롭게 지어졌다. 내부는 남자들의 공간인 셀람리크, 술탄의 가족들이 거주하는 하렘, 각종 연회와 행사가 치러지는 홀 등 세 구역으로 구분된다. 중앙 돔의 높이가 36m에 달하는 술탄의 방 한가운데에는 무게 4.5톤의 샹들리에가 장식돼 있다. 이 거대한 샹들리에는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선물한 것이다.

관련기사



돌마바흐체는 ‘정원으로 가득 찬’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궁전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프랑스식 정원이 펼쳐진다. 또 보스포루스해협의 해안을 따라 600m가량 길게 뻗어 있어 ‘바다 위의 궁전’ 으로도 불린다. 터키공화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초대 대통령도 이 궁전에 매료돼 집무실 겸 관저로 이용했으며 1938년 이곳에서 사망했다. 아타튀르크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궁전에 있는 모든 시계는 항상 그가 죽은 시각인 오전 9시 5분에 맞춰져 있다.

29일 돌마바흐체궁전에서 진행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5차 평화협상이 진전을 이뤘다는 소식이다. 우크라이나가 안전 보장을 전제로 중립국화를 제안하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 활동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대화가 잘 이뤄져 전쟁의 비극이 끝나기를 바란다. 하지만 말이나 협정으로 얻는 평화는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 군사력 등 힘으로 뒷받침돼야 지속 가능한 평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