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명일동 ‘삼익그린2차 아파트’가 정밀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했다. 다른 노후 단지들도 잇따라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관련 규제 완화를 약속한 차기 윤석열 정부 출범과 맞물려 사업 추진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30일 정비 업계에 따르면 강동구청은 전날 삼익그린2차 재건축 조합에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적정성 검토 통과를 통보했다. 이 단지는 지난해 3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통과’인 D등급(52.17점)을 받았다. 이후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1차 안전진단 결과에 대한 적정성 검토(2차 정밀안전진단)를 진행해 D등급(54.89점)을 받으며 최종 통과했다.
재건축 정밀안전진단은 5개 등급(A~E)으로 나뉘는데 D등급(조건부 통과) 또는 E등급(재건축 확정)을 받아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하면 정비 구역 지정 등 다음 사업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1983~1985년 지어진 삼익그린2차는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30년)을 훌쩍 넘겼다. 지상 12~15층, 18개 동, 2400가구 규모로 재건축을 진행하면 3350가구의 초대형 단지로 탈바꿈한다.
문재인 정부에서 적정성 검토를 통과한 노후 단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문재인 정부가 2018년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가운데 ‘구조 안정성’ 평가 항목 가중치를 20%에서 50%로 높인 후 서울에서는 단 5개 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의 문턱을 넘었다. 통과 단지는 △서초구 방배삼호 △마포구 성산시영 △양천구 목동6단지 △도봉구 삼환도봉 △삼익그린2차 등이다. 반면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와 목동9·11단지 등 7개 단지는 탈락의 고배를 마시며 재건축 추진이 어려워졌다.
시장에서는 삼익그린2차를 시작으로 재건축을 확정 짓는 단지들이 속속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안전진단 기준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구조 안정성 가중치를 50%에서 30%로 하향 조정하고 준공 30년 이상 노후 단지에 대해서는 정밀안전진단을 면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일부 노후 단지들은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에 돌입하며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도봉구 ‘창동주공4단지’는 지난달 주민 동의율 10%를 확보해 구청에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하며 재건축의 첫발을 뗐다. 창동주공 7개 단지 중 4단지를 제외한 6개 단지는 이미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해 정밀안전진단을 앞두고 있다.
관건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 등 나머지 관련 규제들의 완화 여부다. 이들 규제가 풀리지 않을 경우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이 같은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 도심 공급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제시한 상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에서는 정비 사업 이외의 대안을 찾기 어렵다”며 “이익 환수 개념을 강하게 적용하면 정비 사업 저해 요소로 작용하는 만큼 정책 방향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