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인 서울과 경기 지역에 송영길·김동연·유승민 등 유력 후보들의 주소지 이전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사람들은 다음 달 2일까지 주소지를 정리해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16조에 따라 선거 60일 이전에는 해당 지방자치단체 주민이어야 단체장으로 나설 수 있어서다. 2일이 주말이라 주소지 이전 마감일(1일)은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 사이 주소를 바꿀 경우 이들 유력 후보의 출마가 기정사실화되는 셈이다. 다만 지역 연고도 없이 당선 유불리만 따진 채 서울시장·경기지사 출마를 저울질하는 정치권의 행태에 지방자치를 흔드는 당리당략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31일 경기지사 후보로 지선에 나서야 한다는 당 안팎의 차출론에 대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대선 이후 정계 은퇴까지 고려했던 유 전 의원은 측근들의 요청으로 장고를 거듭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의원의 현재 주소지는 서울이다.
더불어민주당과의 합당을 합의한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도 경기지사에 무게를 두고 고민 중이다. 그 역시 서울이 주소지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인천시장까지 지내며 인천 ‘맹주’를 자처했지만 서울시장 출마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송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려면 역시 인천인 주소지를 서울로 바꿔야 한다. 유력 후보마다 주소지를 바꿔 출마할 경우 말 그대로 ‘뜨내기’ 후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지선이 ‘뜨내기’ 대전이 될 처지인 셈이다.
이 같은 오명에도 출마 쪽에 무게를 두는 것은 결국 차기 대선 주자군으로서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동네 이름도 모르고 지역 개발의 청사진도 없이 서울시장과 경기지사가 대선 지름길이라는 인식 속에 마치 ‘결단’하듯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공직선거법 16조 자체의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공식선거법은 후보자가 실거주하지 않더라도 주소지 신고만으로 피선거권이 있다는 형식 요건에 그치고 있다. 이미 대법원은 1992년 ‘선거일 현재 계속해 60일 이상 지방자치단체의 관할 구역 안에 주민등록이 돼 있을 것을 피선거권의 요건으로 하고 있고 실제 거주할 것을 요건으로 하고 있지는 아니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주소지 변경 마감 이틀 전까지 출마 지역을 저울질하는 행태를 법이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김의영 서울대 교수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살리자는 지선 자체를 유력 정치인들이 선거 공학으로만 접근하고 있다”며 “지방 소멸 시대를 대비한 해법과 구상을 내놓지 않고서는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주소를 옮겨 수도권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성공한 적은 없다. 1995년 지선 이후 주소지 이전으로 출마한 수도권 후보는 단 두 명. 2010년 지선에서 한명숙 당시 민주당 후보는 경기 고양에서 서울로, 2018년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는 대구에서 서울로 주소를 옮겨 서울시장에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