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한테 100만원을 다 줄 수는 없을 것 같애. 그냥 17만원에 일반 원조교제 하듯이 해야할 것 같은데?"
남자가 고등학생과 흥정을 벌인다. 뻔뻔하게 성매수를 하러 와서는 어이없는 이유로 '몸 값'을 팍팍 깎는다. 학생은 어쩔 수 없이 남자의 요구를 들어준다. 1990년생 천재 신예 이충현 감독의 첫 연출작이 최근 '왓챠'에 올라왔고 감독의 팬들은 기다렸다는 듯 환호 중. 제목도 강렬한 단편영화, 2015년작 '몸 값'이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허름한 교외 모텔. 교복을 입고 담배를 태우며 남자를 기다리던 고등학생과 검정색 정장을 입고 현금 봉투를 들고 나타난 남자. 오늘 처음 만난 두 사람의 '몸 값' 흥정이 시작된다. 두 사람의 표정은 웃고 있지만 긴장감이 흐른다.
어색한 대화가 몇 차례 오가더니 남자는 갑자기 반말을 한다. 소리를 지른다. 그것으로 힘의 우위를 차지한다. 학생은 자신의 '몸 값'을 깎는 남자의 억지가 어이없다. 학생은 말소리가 점점 작아지더니 결국 남자가 원하는대로 이끌려간다.
그런데 이 영화의 장르가 '액션 스릴러'다. 영화가 공개된 이후 2016년 한 해 동안 받은 국내외 영화제 상만 무려 7번. 관객들이 환호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몸 값' 흥정이 끝난 뒤 일어나는 반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흐른다. 영화를 다 보고나면 포스터조차 새롭다.
학생 역할로 등장하는 배우는 낯이 익다. '보이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독전' 등에서 강렬한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이주영 배우다. '몸 값'은 그의 첫 데뷔작이기도 하다. 14분 짜리 짧은 단편영화에서 그의 강렬한 연기를 볼 줄은 꿈에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성매수남은 독립영화계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영화 '킹메이커'에도 등장하는 연기파 배우 박형수가 맡았다.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는 선 굵은 두 신 스틸러 배우의 초창기 연기를 볼 수 있어 즐겁다. 짧은 러닝타임에 보고나면 아쉬운데, 다행히 배우 전종서·진선규 주연의 티빙 드라마로 올해 재탄생 한다는 소식까지 나와있다.
◆시식평 - 원테이크로 이어지는 14분 동안 눈을 뗄 수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