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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다방] '파친코' 격동의 시기를 살아가는 이방인에게

[리뷰]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

평화와 차별을 관통하는 한 여성의 일대기

해외 외신 극찬



직접 맛보고 추천하는 향긋한 작품 한 잔! 세상의 OTT 다 보고 싶은 'OTT다방'


'파친코' 스틸 / 사진=애플TV+'파친코' 스틸 / 사진=애플TV+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격동의 시기는 한 사람의 인생과 닮아 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고, 의지대로 마냥 움직이기 어렵다. '파친코'는 선자의 일대기를 통해 평화와 차별, 그리고 고향의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또 시대의 아픔 때문에 이방인이 돼야했던 재일교포의 서글픔도 되짚는다.



애플TV+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극본 수휴/연출 코고나다 저스틴 전)는 금지된 사랑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을 오가며 전쟁과 평화, 사랑과 이별, 승리와 심판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연대기를 그린다. 작품은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 속에서 성장하는 어린 선자(전유나)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선자는 모든 걸 수탈해 가는 일본의 잔인함을 피부로 체험한다. 이런 선자에게 아버지는 등대다. 아버지는 "세상 더러운 일은 내가 다 안고 가겠다"고 할 정도로 선자를 사랑한다. 그러던 중 선자의 아버지가 죽음을 맞고, 어머니는 선자를 홀로 키우게 된다.

성인이 된 선자(김민하)는 자수성가한 사업가 한수(이민호)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세상 물정 모르는 선자는 덜컥 한수의 아이를 임신하고, 그제야 이미 한수가 아이 셋 딸린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선자는 절망 속에서도 아버지의 사랑을 기억하며 아이를 지키고자 마음먹는다.

노년의 선자(윤여정)는 일본에 살고 있다. 50년 전 일본으로 건너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온갖 일을 하면서 삶을 이어간다. 그곳에서 아들 모자수(박소희)를 키우고, 아들은 손자 솔로몬(진하)을 낳는다. 바쁜 부모를 대신해 선자는 직접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등 지극정성으로 솔로몬을 키운다. 이후 솔로몬은 차별을 피해 미국으로 유학 가고, 그곳에서 성공한 금융인이 된다. 이후 일 때문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선자와 재회한다.

작품은 부산의 젊은 선자와 50년 후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노년 선자의 모습을 번갈아 가면서 보여준다. 부산과 일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비록 일제 치하에 있지만 부산은 생기로 가득 차 있다. 시장에서는 사람들이 각종 물건들을 팔고, 억압돼 있지만 삶을 영위하려는 노력이 가득하다. 반대로 현재의 일본은 정적이고 고요하다. 화려한 빌딩과 세련된 거리가 줄지어 있지만 회색빛을 띈다. 이는 젊은 선자의 생동감과 노년 선자의 회한 섞인 차분함과도 닮아 있다.



정반대의 분위기는 고향에 대한 아련함과 그리움을 극대화한다. 생각하면 이유 없이 눈물 나는 게 고향이다. 영혼이 만들어진 곳이며 청춘이 피어난 곳이다. 대부분의 세월을 일본에서 보낸 선자의 큰 동서가 죽기 전 그리워한 곳도 고향이다. 선자 역시 한국쌀만 먹어도 그리움의 눈물을 흘릴 정도다. 선자의 그리움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 힘들게 자신을 키운 어머니, 우리 땅과 우리 음식이 한꺼번에 생각난다.

젊은이는 이런 위 세대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젊은이에게 고향은 '떠나야 하는 것'이다. 솔로몬 역시 고향을 떠나 미국에 정착해 큰 성공을 거뒀고, 자신의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때문에 솔로몬은 고향을 생각하다가 다른 사람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를 부끄러워한다. 또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는 땅을 팔지 않으려고 고집하는 노인의 심정을 헤아리지도 못한다.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건 동시대를 산 위 세대뿐이다. 이들만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진정으로 위로한다.

젊은이에게는 그만의 고통이 있다. 어린 시절 재일교포 3세라고 차별받던 솔로몬은 이를 벗어나기 위해 미국행을 택한다. 그러나 그의 가슴 속 깊은 곳에는 언제나 한국인이라고 괄시하던 일본인의 목소리가 박혀 있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일본에 돌아왔을 때, 어린 시절 친구가 "한국인은 개같이 접시를 놓고 먹는다"라고 한 말을 기억할 정도로 잊을 수 없는 고통이다. 솔로몬이 미국에서 거둔 성공은 어떻게 보면 차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더 높은 곳으로 향하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었을 거다. 우리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재일교포의 서글픔이다.

◆시식평 :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것이다.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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