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5’ 기조연설에서 메모리 회사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협력을 과시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업계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된 발언으로 풀이된다.
6일(현지 시간) 황 CEO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에서 진행된 CES 2025 기조연설에서 회사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신제품인 지포스 RTX 50 시리즈를 공개했다. 그는 이 제품의 스펙을 소개하면서 “마이크론의 GDDR7을 탑재한다”며 "초당 1.8TB(테라바이트)의 메모리 대역폭을 구현한다"고 설명했다.
GDDR7 메모리는 컴퓨터의 이미지 정보를 처리하는 GPU를 보조하는 메모리다. 일반 메모리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GDDR7 D램은 마이크론은 물론 D램 업계 1·2위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일치감찌 개발을 끝낸 제품이다. 세 회사 모두 지포스 RTX 50에 들어갈 메모리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도 황 CEO가 굳이 마이크론만 콕 집어 거론한 이유는 ‘K메모리’를 견제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황 CEO의 GDDR7 관련 발언은 메모리 경쟁 구도를 의식한 다분히 의도적인 언급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글로벌 D램 업계는 ‘3강’으로 압축됐지만 세계 메모리 시장에서 한국 업체의 점유율은 압도적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는 전통의 강자이고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선두를 달리며 기세를 바짝 올리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뒤처져 있는 3위인 마이크론이 부각될수록 원가 경쟁력 확보와 공급 리스크 최소화에서 유리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