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멀어지는 일-러…19년만에 "러시아가 우리 땅 점거" 재주장

외교청서 초안에 "북방영토 러시아가 불법점거"

2003년 삭제한 이후 19년 만에 재등장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악화하는 양국 관계 반영"

2007년에 촬영된 쿠나시르 섬의 모습. 쿠나시르 섬은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 4개 섬 가운데 하나다. 교도연합뉴스2007년에 촬영된 쿠나시르 섬의 모습. 쿠나시르 섬은 러시아와 일본이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 4개 섬 가운데 하나다. 교도연합뉴스




러시아와 영유권 분쟁 중인 일본 정부가 올해 외교청서에 쿠릴열도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러시아가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내용이 2003년에 삭제된 이후 19년 만으로, 쿠릴열도 영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러시아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던 일본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대응 기조를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교도통신은 31일 일본의 2022년 외교청서 초안을 입수해 이같이 보도하며 북방 영토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도 초안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일본은 2003년 판에서 러시아가 북방 영토를 불법 점거한다는 내용을 삭제한 데 이어 2011년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표현도 삭제했다.



2018년판까지는 "북방 4개 섬은 일본에 귀속한다"는 표현을 썼지만 2019년판부터는 삭제했다. 이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영토 분쟁을 해결하려던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기조를 반영한 것이었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아베 전 총리는 2012년 12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재임 기간 푸틴 대통령을 20여 차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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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통신이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외교청서는 북방영토 문제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명시했다. 또 러시아 정부가 국제사회의 비난에 귀를 기울이고 우크라이나에서 군대를 철수시켜야 한다는 내용도 외교청서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쿠릴 4개 섬은 러시아 동부 사할린, 캄차카 반도와 일본의 홋카이도 사이에 위치한 지역으로,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망하면서 1945년부터 러시아가 실효 지배해오고 있다. 이 영토 분쟁으로 인해 일본과 러시아는 아직도 평화 조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이에 양국이 지속적으로 영토 분쟁 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 왔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일본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러시아는 지난 22일 일본과의 평화조약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의 이번 외교청서에 대해 교도통신은 러시아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유화적 태도에서 적대적 태도로 변했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외교청서의 확정된 내용은 4월 말 공개될 전망이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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