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잡담 많이 하세요"…매출 2조 일군 김봉진의 '별난 경영철학'

■'배민 창업자'가 말하는 일하기 좋은 회사

'잡담 적극 장려'로 팀워크 다지고

주32시간 유연 근무제 파격 도입

김 의장 "한국서 우리 회사가 최고"

근무환경·조직문화 바꿔 체질개선

우아한형제들 작년 매출 94% 쑥

치열한 경쟁에도 사실상 '흑자전환'


회사에 출근한 직원들에게 서로 잡담을 많이 하라고 권하는 대표가 있다. 바로 배민 창업자인 김봉진(46·사진) 우아DH아시아 의장이다. 잡담만 권하는 게 아니다. 가장 좋은 상사는 ‘없는 상사’라고 거침 없이 말하고 퇴근이나 휴가 때는 농담으로도 절대 눈치 주지 말라고 강조한다. 기성 기업인들이 보기에는 과연 통할까 싶은 ‘별난’ 경영 철학이지만 김 의장은 1일 더 ‘도발적인’ 발언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 “대한민국에서 우리 회사보다 더 좋은 회사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김 의장은 이날 온·오프라인에서 열린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이게 무슨 일이야! 컨퍼런스’에 첫 번째 연사로 등장해 이같이 말했다. 오랜만의 ‘김봉진 등판’에 참석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오프라인 참석자 50여 명을 비롯해 온라인에서는 6000명 이상이 동시 접속하며 김 의장의 경영 철학과 배민의 기업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줬다. 김 의장은 ‘송파구(본사 소재지)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을 기반으로 기존 기업들과는 차별화된 배민만의 기업 문화를 소개했다.

직원들이 ‘나 배민 출신이야’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게 해야



김 의장은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금기시’하는 ‘잡담’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 그는 “팀워크를 다지는 것은 비정형적인 관계 속에서 많이 이뤄진다”며 “서로의 상태가 업무와 관계없어 보일지라도 일을 할 때 훨씬 쉬워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일지라도 오히려 그것이 구성원 간의 관계에 도움을 줘 더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 김 의장은 “구성원들이 ‘나 배민 출신이야’라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회사에는 최고의 가치인 것 같다”며 “회사는 구성원이 떠나지 않도록 좋은 복지·인사 정책, 근무 환경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책임은 실행한 사람이 아닌 결정한 사람이 진다’ ‘실행은 수직적, 문화는 수평적이어야 한다’ ‘보고는 팩트에 기반한다’ 등의 경영 철학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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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 같은 생각은 현재도 계속해서 배민의 근무 환경과 조직 문화를 바꿔나가는 데 적용되고 있다. 배민은 올 초 파격적으로 ‘주 32시간 근무제’를 도입한 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격주 수요일 점심시간에 열리는 ‘우아한 수다타임(우수타)’도 주목할 만하다. 회사에 대해 궁금하거나 개선하고 싶은 점에 대해 최고경영자(CEO)와 구성원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구성원들이 익명으로 자유롭게 질문하면 김범준 대표가 이를 빠짐없이 읽고 답변을 한다.

지난 해 매출 2조에 사실상 흑자 전환


김 의장의 경영 철학은 조직 문화를 바꾸는 데만 통하는 게 아니다. 실적 역시 성장과 개선을 동시에 이뤄나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배민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94% 늘어난 2조 87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이 2조 원을 넘긴 것은 2011년 회사 설립 이후 지난해가 처음이다.

영업손실은 지난해보다 6.7배 늘어난 756억 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김 의장이 일시적으로 직원 등에 지급한 주식 보상 비용 999억 원이 인건비로 처리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지난해 243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2016년 이후 5년 만의 흑자다. 코로나19 속에서 음식 배달 시장의 경쟁이 격화됐었던 점을 고려하면 눈부신 성과다. 아울러 업계에 따르면 2016년 1조 8000억 원이던 배민의 거래액은 2020년 15조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25조 원 규모로 성장했다.


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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