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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자존심 도시바, '美 사모펀드'에 팔리나

베인캐피털, 최대주주와 계약 체결

기업가치 향상 위해 상폐 가능성

당국 규제에 연합 인수 추진할 듯

일본 가와사키 시에 있는 도시바 건물 전경. 로이터연합뉴스일본 가와사키 시에 있는 도시바 건물 전경.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베인캐피털이 일본 대표 기업인 도시바 인수에 나섰다. 도시바의 대주주 지분 약 10%를 비롯해 경영권에 필요한 지분을 공개 매수한 뒤 도시바를 상장폐지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후일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과거 ‘일본 기술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도시바가 경영난 끝에 글로벌 사모펀드에 넘어가는 수순을 밟게 됐다.

1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베인은 지난달 말 도시바의 단일 최대주주인 에피시모캐피털매니지먼트와 도시바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베인이 도시바 지분 3분의 2 이상을 공개매수(TOB)한다고 발표하면 에피시모캐피털이 보유 지분 전량을 베인에 매각한다는 내용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행동주의 펀드 에피시모캐피털은 도시바 지분 9.91%을 보유하고 있다.



도시바는 지난달 24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를 반도체 등 디바이스와 인프라 서비스로 분할하겠다고 제안했지만 행동주의 펀드 등 주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에피시모캐피털은 이날 베인과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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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시모캐피털을 비롯한 사모펀드들이 줄곧 통매각을 통한 상장폐지를 주장해온 만큼 이번 인수는 상장폐지를 전제로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닛케이는 “베인 역시 상장폐지가 도시바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방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도시바 재편 방향이 상장폐지로 한발 더 나아갔다”고 분석했다. 다만 베인은 “(도시바 인수와 관련) 확정된 사실이 없다. 상장폐지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규제 당국의 높은 벽으로 베인이 단독 인수보다는 일본 투자펀드와 연합해 인수를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 일본 정부는 2020년 외환법을 개정해 외국인이 원자력, 항공기, 통신·방송 등 국가 안전 관련 업종에 투자할 경우 지분 1%를 사들일 때마다 당국의 승인과 심사를 받도록 했다. 하기우다 고이치 일본 경제산업상도 이날 “도시바는 원자력·반도체 등 국가 안전과 관련된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라며 “(베인의 도시바 인수에 대한)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고 경각심을 내보였다.

한편 레피니티브데이터 등 여러 금융 분석 기업이 도시바의 기업가치를 약 2조 6000억 엔(25조 7800억 원)으로 보고 있어 최종 인수를 위해서는 대규모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인은 지난 2018년 이미 SK하이닉스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의 반도체 메모리 사업부를 인수한 바 있다.

제조왕국 일본의 대표 기업이던 도시바는 2015년 대규모 분식회계 사태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이후 경영난 타개를 위해 대규모 증자를 단행했으나 이 과정에서 대거 주주로 유입된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과 경영 안건을 두고 사사건건 갈등을 겪어왔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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