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러軍, 파리 잡듯 하나씩 잡아죽여…딸은 눈 잃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탈출한 여성./사진=워싱턴포스트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탈출한 여성./사진=워싱턴포스트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강행한 러시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지탄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군의 집중 포위 공격을 받고 있는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천신만고 끝에 탈출한 주민이 현장은 '생지옥'이라면서 "러시아인들이 우리를 파리 잡듯이 하나씩 죽이고 있다"고 증언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위싱턴포스트(WP)는 부상을 입고 가까스로 마리우폴을 탈출한 뒤 자포리자의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한 중년 여성의 사연을 소개했다.

WP가 공개한 해당 여성 사진을 보면 얼굴의 절반이 청록색 소독약으로 덮여 있다. 하지만 그의 부상은 딸에 비하면 나은 편이었다. 딸은 폭격의 잔해에 깔려 눈을 잃었다고 한다. 사위가 딸을 끌어내 현지 병원으로 옮겼는데 그 병원마저 러시아군 폭격의 표적이 됐다.

남자 친구와 함께 마리우폴을 탈출한 한 20대 여성은 길바닥 시신에 담요를 덮어주는 것이 상례가 됐다고 비참한 상황을 전했다. 사람의 시신을 발견하면 나중에 신원 파악을 돕기 위해 이름을 쓴 종이를 병에 넣어 옆에 둔다고도 했다.



이 여성을 목숨을 걸고 어렵게 탈출에 성공했지만 남자친구의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다시 마리우폴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고 이 매체에 말했다.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에 남겨진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내 멀리 보낸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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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 제2의 도시 히리키우와 함께 러시아의 주요 공격도시인 마리우폴이 사실상 러시아군에 점령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CNN방송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요충지 가운데 하나인 마리우폴이 사실상 러시아군에 넘어갔다고 보도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이날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 포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지역 대부분을 러시아군이 장악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보이첸코 시장은 "불행하게도 오늘 우리는 점령군 손안에 들어갔다"고 마리우폴 함락을 사실상 인정했다.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러시아군은 지난 2월 24일 침공 이후 마리우폴 점령을 위해 집중 포격을 가하며 항복을 요구했다.

테차나 로마키나 우크라이나 대통령 보좌관은 지난달 28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마리우폴에서만 적어도 민간인 50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김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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