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최근 시험발사에 성공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우주로켓)는 미사일용 고체추진 로켓과는 설계 방향 자체가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탄도미사일 개발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오해와 달리 2025년부터 순수하게 소형 및 초소형 위성을 저궤도로 올리는 용도로만 사용될 예정이다. 우리 군은 이미 세계 최고수준의 무기용 고체추진 로켓기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북한처럼 소형 우주로켓이라고 속여가면서 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4일 관계 당국자들에 따르면 우리 정부와 ADD가 지난달 30일 첫 시험발사를 성공시킨 고체추진 우주로켓은 2025년 본발사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해당 로켓에 최대 500kg 중량의 탑재체(인공위성 등)들을 실어 고도 500km 상공의 지구 저궤도에 쏘아올리겠다는 게 당국의 방침이다.
과거에는 보통 중량 500kg급의 중형위성이나 1톤급의 대형위성 정도는 돼야 상업적으로 쓸 수 있는 해상도의 지구관측영상을 찍을 수 있었다. 반면 근래에는 영상기기 부품의 경량·소형화, 촬영 이미지 개선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 기술 발달로 100kg이하의 소형 및 초소형위성에 탑재된 기기로 촬영한 이미지로도 중·대형급 위성에 버금가는 품질의 관측 데이터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다만 이 같은 저가의 소형 및 초소형 위성들을 쏘아 올리기 위해 고비용이 드는 액체추진 우주로켓을 제작하는 것은 경제성이 떨어진다. 따라서 저렴한 제조비용으로 고체추진 우주로켓을 제조하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설명이다.
이번 국산 고체추진 우주로켓의 추력 등 구체적인 제원은 아직 미정이다. 다만 현존 고체추진 우주로켓중 가장 선도적인 것으로 평가 받는 일본의 ‘엡실론’(3단 로켓), 프랑스의 ‘베가’(4단 로켓)과 동급 이상의 성능을 내겠다는 게 우리 당국의 목표다. 따라서 이번 국산 고체추진 로켓도 3단이나 4단으로 설계될 것으로 보이며 엔진 추력과 효율(연비) 역시 엡실론, 베가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엡실론과 베가의 추력은 주엔진이 달린 맨 하단부(1단부 로켓) 기준으로 220톤 수준이다.
로켓구조를 보면 엡실론과 베가는 1단부 등 주요 로켓단은 고체추진 방식을 쓰되 탑재체를 담고 있는 최상단부(3단부, 혹은 4단부)는 액체추진 방식을 쓴다. 이는 인공위성 등을 정확한 목표궤도에 정확한 자세로 진입시키기 위해선 정밀하게 연소력, 방향 등을 조절할 수 있는 액체추진 방식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국산 고체추진 우주로켓 역시 1~2단부를 비롯한 주요 엔진은 고체추진방식을 쓰되 최상단부는 액체추진 방식을 적용할 전망이다.
선진국에선 민간산업분야인 위성발사용 우주로켓 개발을 나사(NASA), 유럽우주청(ESA)과 같은 과학연구기관이 주도해왔다. 스페이스엑스와 같은 민간 기업도 2000년대 들어 우주로켓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이 같은 우주로켓 분야에 우리나라의 국방부와 ADD가 뛰어드는 것은 군사용으로 전용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다. 개발비용 및 실패위험, 안전사고 등의 위험을 국가가 책임지면서 기술을 완성을 견인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완성한 기술은 수년내 민간기업 등에 이전하겠다는 게 당국의 청사진이다. 현실적으로 국내 연구기관중 세계적 고체추진 로켓 기술 역량을 가진 곳이 ADD뿐이란 점도 감안됐다. 지난 2020년 7월 한미 미사일지침 4차 수정을 통해 우리나라도 액체추진 우주로켓을 개발할 수 있게 되자 당시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ADD 주도로 고체추진 우주로켓을 개발해 소형 및 초소형 인공위성 발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힘을 실어준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번 고체추진 우주로켓이 자칫 군사용 무기로 전용되는 게 아니냐는 추정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으로 전혀 틀린 이야기라는 게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군사용 유도로켓(탄도미사일 등)에 쓰는 고체추진 방식은 고중량의 탑재체(주로 핵탄두 등 대량살상무기)를 최대한 멀리 실어나르고 목표지점을 타격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반면 우리나라의 고체추진 우주로켓은 연비효율 등 경제성을 높이면서도 최대한 주변국에 피해가 없이 안전하게 위성을 정상궤도로 안착시키데 최적화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특히 우주로켓의 각 로켓단이 분리돼 지상으로 낙하할 때 비행 경로 부근에 있는 일본, 필리핀, 파퓨아뉴기니 등의 우방국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로켓 낙하지점 등을 정밀하게 계산해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이번 기술은 전혀 미사일과 관계 없으며 오로지 초소형 및 소형 위성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저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라고 당국자들은 거듭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