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가 6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 중인 가운데 엔화 선물과 일본 주식 및 상장지수펀드(ETF) 등 엔화 표시 자산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엔저로 엔화 표시 자산을 실제 가치보다 저가 매수할 수 있는 데다 환율 회복 시 자산 가격 상승에 환차익까지 누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화 가치 하락이 중장기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작정 엔화 상승에 베팅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엔저를 투자 기회로 여긴다면 리오프닝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일본 리츠 상품을 눈여겨보기를 권했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엔화 환율은 달러당 122.71엔으로 2015년 이후 6년 만의 최저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60개국의 물가와 교역 비중을 고려한 각국의 실질 통화가치를 의미하는 엔화의 실질 실효 환율이 1970년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엔화 가치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엔저 효과를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역력하다. 엔화 현물이나 선물을 사들여 환차익을 누리려는 투자자들이 부쩍 늘고 있다. 엔화 표시 자산인 일본 주식을 사들일 경우 환차익과 투자 수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엔 선물 매수 규모가 2월 9억 원이었으나 3월 들어 186억 원을 순매수하며 규모를 대폭 늘렸다. 국내에서 유일한 엔 선물 ETF인 ‘TIGER 일본엔선물’에도 3월부터 이날까지 개인들이 약 15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상품의 2월 개인 순매수가 8022만 원에 그쳤다는 점을 볼 때 19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엔저 현상이 일시적인지 장기 추세인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엔화 회복’을 당연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종훈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현재의 엔화 약세가 일본 정부의 차별화된 완화적 통화정책에서 비롯된 일시적 엔저인지 일본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경상이익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구조적인 엔저인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며 “일시적 엔저로 일본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이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판단한다면 일본 대형주를 사들일 적기라고 볼 수 있겠지만 일본 경제의 경쟁력 약화에 따른 구조적 엔저라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엔저 효과를 투자 기회로 삼으려 한다면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꼽히는 일본 리츠 상품을 눈여겨보라고 권했다. 일본 오피스나 호텔 등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리츠 상품은 최근 리오프닝 호재로 상승세를 타는 데다 고정적인 소득(인컴)을 보장해준다는 점에서 금리 인상기로 접어드는 시기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실제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판매되는 일본 리츠펀드인 ‘삼성 제이리츠 부동산투자신탁’과 ‘한화재팬리츠부동산투자신탁’ ‘삼성재팬프로퍼티부동산투자신탁’ 등은 최근 1개월간 5~6%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KODEX TSE일본리츠 ETF도 한 달 동안 6.39%의 수익률을 냈다. 이 본부장은 “일본 주식과 리츠 상품의 경우 최소 거래 단위가 10주·100주인 경우가 있지만 국내 상품은 소액 거래도 가능해 부담이 작다”며 “엔화가 다시 회복될 것으로 판단한다면 환 노출 상품을 선택해 추가 수익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