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취약층 위한 추경, 고물가 부메랑 될수도…전면 재검토 필요"

■尹정부 명운 걸린 물가관리…전문가 제언

韓물가, 한번 뛰면 쉽게 안내려가…상승세 초기 관리 중요

기재부-한은 공조 절실…'원팀' 이뤄 재정·통화정책 협력

최저임금도 '생산력 제고'에 초점 맞춰 차등 적용해볼만

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상품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면서 장을 보고 있다. 오승현 기자5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상품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면서 장을 보고 있다. 오승현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이 4.1%를 기록해 10년 3개월 만에 최고로 치솟으면서 차기 윤석열 정부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당장 물가를 잡아야 하는데 자영업자 지원 등 공약 이행도 있어 쉽지 않다. 물가 당국인 기획재정부의 관계자는 5일 “코로나19에 따른 공급 병목과 수요 확대에 따른 수급 불균형이 1차 원인이고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등 지정학적 요인이 2차로 작용했다”며 “우리 경제의 높은 해외 에너지 의존 비율, 낮은 곡물 자급률, 탈(脫)탄소 등 글로벌 에너지 구조 변화 등이 다층적으로 물가를 끌어올려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고 말할 정도다.




적자 국채 발행은 물가 관리와 엇박자

전문가들은 재정·통화는 물론 최저임금 및 공공요금 결정 구조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이고 구조적인 물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단순히 계란값이나 휘발유 값 등 개별 품목을 관리하는 수준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물가가 한 번 오르면 쉽게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선진국보다 심해 물가 상승세를 초기에 제압하지 못하면 고물가 행진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당장 새 정부가 추진하는 30조 원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실 정부가 물가 급등에 대응해 바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은 급등 품목의 세금을 낮춰 가격을 끌어내리거나 올라간 가격을 인정하고 취약 계층에 대해 지원금을 주는 방안 등 크게 나눠 두 가지다. 모두 정부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당장 정부가 5월부터 유류세를 석 달 동안 10%포인트 추가 인하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만도 7000억 원에 이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아껴 물가 관리에 더 투입하는 게 재정 지출의 효율성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추경 규모가 얼마인지 확정되지 않았지만 시중에 수십조 원 규모의 자금이 풀리면 그 자체로 물가를 밀어 올리는 요인이 된다”며 “정부가 오른손으로는 물가를 올리고 왼손으로는 물가를 내리는 모순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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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기 위한 원팀 구성해야

정부와 한국은행의 정책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물가 안정 측면만 보면 한은은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올리는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벌써부터 커지는 경기 하방 우려와 막대한 가계 부채까지 보면 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한은의 독립성은 존중 받아야 하지만 최소한 정부 내 재정·통화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일까지는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간 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쇼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상하기 어렵고 대외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척하면 척’까지는 아니더라도 재정·통화 당국이 제대로 호흡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재정과 금융정책 당국과의 의견 조율에 열려 있는 대목이다. 이 후보자는 “중앙은행도 물가, 성장, 금융 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내외 변수가 난마처럼 얽혀 있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재정 정책의 수단을 지닌 정부와 통화정책의 도구를 가진 중앙은행 간에 협업과 조율이 필요한데 지금이 바로 그런 시기”라고 짚었다.


임금 정책도 노동 생산성에 무게 둬야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최저임금 문제도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기 최저임금을 너무 빠르게 끌어올리면서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며 “경기 침체 정도와 인플레이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최저임금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는 “물가 상승의 원인을 최저임금 상승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지만 과거 급격한 인상이 자영업자들에게 더 큰 어려움을 줬던 사례를 참조해 지역·업종별 차등 최저임금을 설정하는 방향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임금을 높이는 방식으로 취약 계층 문제에 접근할 것이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근원적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컨트롤할 수 있는 공공요금의 경우 일단 동결해 고통을 줄이되 장기적으로 정상화하는 플랜을 세워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는 “지금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데 가능한 충격을 분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공공요금의 경우 인상 요인이 있더라도 그 시기를 뒤로 미루는 방식으로 인상을 억제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공공요금의 경우 인상을 억눌러 공기업의 적자가 커지면 결과적으로 정부 재정이 투입되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 해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세종=서일범 기자·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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