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매년 진행하던 국책연구원장 평가 주기를 3년으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연구 평가 부담을 줄여주기 위함이라는 입장이지만 성과 없이도 3년 임기를 보장받게 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알박기 인사’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 정부의 주요 관련자들이 국책연구원장 자리에서 임기 3년을 채울 것이라는 우려가 정부 안팎에서 제기된다. 특히 박두선 대우조선해양 대표 선임 사례처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갈등의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국무총리실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정부는 국토연구원·대외경제정책연구원·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주요 국책연구원 성과 평가 주기를 1년에서 3년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장의 통상 임기가 3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임기 중 중간 평가는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중간 평가가 없어지면서 자동적으로 임기 3년이 보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지난해 6월 김부겸 총리가 국책연구기관장과 간담회를 했는데 기관장들이 매년 평가에 신경 써야 해 연구에 전념하기 어렵다고 문제를 제기했다”며 “이에 평가 주기를 개편하고 지표를 간소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방안은 1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했고 총리실에 보고됐다. 총리실은 이를 반영해 정부출연기관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된 시행령은 5월께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책연구원장에 대한 현 정부의 알박기 인사로 제도가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표적인 곳이 KDI와 국토연구원 등이다.
KDI는 지난해 6월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홍장표 원장이 취임했다. 홍 원장은 중간 평가를 받지 않을 경우 2024년 6월까지 임기가 보장된다. 홍 원장은 특히 문재인 정부 ‘소득 주도 성장’의 이론적 설계자인 만큼 새 정부와 철학이 맞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도 지난해 11월 재선임되면서 임기가 2024년까지 2년 7개월이나 남은 상황이다. 강 원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부터 부동산 정책 입안을 위한 이론적 배경을 제공하며 공공 규제 위주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여러 차례 제안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수요 억제와 대출 억제 등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20차례 이상 내놓았지만 결과적으로 주택 가격 안정화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청와대 중소벤처비서관이었던 주현 산업연구원장, 청와대 일자리수석을 지낸 황덕순 한국노동연구원장 등이 국책연구원장으로 1~2년가량의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권 교체기에 국책연구원장 평가 주기를 변경한 것이 신구 권력 간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매년 평가를 하더라도 연구원장에 대한 해임 건의가 이뤄진 적은 없었다”며 “연구기관이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사안인 만큼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