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코로나로 인건비·원재료값 올랐는데…수입산에 밀려 화훼농가 '비명'

양주 화훼단지 가보니

비료값 올라도 가격 못올리는데

저렴한 외국산꽃 판매 26% 증가

"폐업·업종 전환 농가들 늘어나

적정 관세·원산지 단속 강화를"

6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양주화훼단지의 한 농가 비닐하우스에 화분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다. 양주=김남명 기자6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양주화훼단지의 한 농가 비닐하우스에 화분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다. 양주=김남명 기자




6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양주화훼단지 앞 도로가 한산한 모습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도·소매 상인들의 차량으로 꽉 찼던 곳이다. 양주=김남명 기자6일 오전 경기도 양주시 양주화훼단지 앞 도로가 한산한 모습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도·소매 상인들의 차량으로 꽉 찼던 곳이다. 양주=김남명 기자


“인건비와 비료 값이 너무 올라 수지 타산이 안 맞는데 값싼 수입산 화훼가 밀려들면서 꽃 재배 농가들이 사면초가에 빠졌습니다. 애지중지 키운 꽃과 나무들을 둘 곳이 없어 많이 내다버렸습니다.”

6일 서울경제가 방문한 경기도 양주화훼단지는 찾는 손님이 없어 하루 종일 한산했다. 화훼 도매상과 농가들의 비닐하우스 30여 동이 늘어선 단지 앞에 주차된 차량은 채 10대가 되지 않았다. 폐업으로 텅 빈 비닐하우스도 적지 않았다. 화훼 농장을 10여 년 운영했다는 김 모(59) 씨는 “연간 매출의 대부분이 지금 발생해야 하는데 손님이 없어 막막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중국·베트남 등 해외에서 들어오는 화훼 물량이 늘어나면서 국내 화훼 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비료 값, 인건비, 씨앗 값이 상승해 원가가 올랐지만 값싼 수입산 탓에 판매가격을 인상할 수도 없어 진퇴양난이다. 코로나19로 화훼 수요가 줄어들어 화훼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모양새다.

관련기사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베트남 등에서 수입한 화훼 판매액은 약 1855억 2400만 원으로 2020년 약 1471억 5900만 원에 비해 26%가량 상승했다. 2020년 기준 국내 화훼 총판매액은 약 5269억 원 수준. 수입산 화훼가 차지하는 비중은 27.9%에 이른다. 화훼 업계 관계자는 “국내 화훼 업계는 수입산 화훼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면 화훼가 제2의 요소수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로 경기가 침체되면서 꽃집 등 화훼 소매업자들이 저렴한 수입산 화훼를 선호하는 데다 입학식·졸업식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화훼 업계의 위기가 심화했다. 15년 동안 화훼 업계에 종사한 박 모(61) 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 인건비는 물론 기름·흙·비료 값이 모두 오르는 상황에도 판매가는 그대로”라며 “매출이 예년의 20% 수준으로 급감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화훼 수입량이 늘면서 국내 화훼 업계가 주도권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값싼 수입산 화훼가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화훼 업계는 인건비, 원재료 값이 오르는 상황에도 판매가를 올리기 어려워졌다. 홍영수 화훼자조협의회장은 “우리나라 꽃 가격은 수입량에 따라 변동이 크다”면서 “중국이나 베트남에서 수입하는 물량에 따라 가격이 널을 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화훼 수입 증가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국내 화훼 농가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의 시도별 화훼 재배 현황에 따르면 2012년 9450개였던 화훼 농가는 2020년 7000여 개로 쪼그라들었다. 폐업하거나 업종 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도 많다. 화훼 농장과 도·소매업을 겸하고 있다는 김 모(63) 씨는 “주변에 화훼업을 그만두고 배추 같은 다른 농작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며 “나도 그만두고 싶지만 배운 게 이것밖에 없어 어쩔 수 없이 매달리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화훼 업계 관계자들은 수입산 화훼에 대한 적절한 관세 부과, 원산지 단속 강화, 다양한 품종 개발 등 삼박자가 맞아야 화훼 농가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장은 “수입 화훼에 적정한 관세를 부과하고, 수입산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판매되지 않도록 원산지 단속을 강화해 화훼 업계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수입산과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국내 농가와 정부 당국이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명 기자·이건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