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동원산업, 엔터 품고 지주사 된다

합병 위해 우회상장 심사 신청

21년만에 대대적 지배구조 개편

복잡한 계열 지배구조 교통정리

김남정 부회장 지배력 강화될듯





동원그룹이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와 중간 지배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원산업(006040)의 합병을 추진한다. 동원엔터프라이즈가 흡수돼 동원산업이 그룹의 지주회사가 된다. 동원그룹은 이를 통해 지주회사(동원엔터프라이즈)-중간지배회사(동원산업)-손자회사(나머지 계열사)로 이어진 현 지배구조를 사업지주회사(동원산업)-자회사(나머지 계열사)로 단순화해 투자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이를 기반으로 축육·2차전지·물류 등 신사업 투자를 확대해 식품기업을 넘어 ‘생활 산업 그룹’으로 발돋움 한다는 계획이다.



동원그룹은 7일 상장사인 동원산업과 비상장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추진하기 위해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우회상장은 비상장기업이 증시에 상장된 기업과의 합병을 통해 별도의 심사나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장되는 것을 말한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은 1 대 3.8385530이다. 동원산업은 원양어업 전문업체이고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그룹 경영, 관리 업무를 맡아왔다. 2021년 연결기준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자산은 6조6852억원, 매출액은 7조6030억원을 기록했다. 동원산업은 자산 3조519억원, 매출액은 2조8022억원이다.

이번 합병으로 동원그룹의 지배구조가 한결 단순해진다. 동원그룹은 그 동안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을 비롯해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자회사 5개를 지배하고 중간 지배회사인 동원산업이 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 등 종속회사 21개를 보유하는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합병이 이뤄지면 합병 존속법인인 동원산업이 그룹의 지주회사가 되고 스타키스트 등 손자회사였던 계열사들이 자회사로 지위가 바뀐다.




지배구조 단순화로 공격 투자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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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그룹 측은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가 개편되면 의사 결정 속도 등이 빨라져 경영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이전에는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도 자회사를 관리하고, 동원산업도 중간지배회사로서 계열사 관리를 했는데 두 회사가 합병되면 중복되는 업무가 없어지고 의사 결정 구조가 한층 단순해져 경영 비용 효율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창업주인 김재철(87) 명예회장의 차남이자 2019년부터 사실상 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남정(49) 부회장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8.27%를 보유 중인 최대주주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산업의 지분 62.72%를 갖고 있다. 기존에는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 두 단계를 거쳐 계열사를 지배했다면 합병 이후에는 동원산업 만으로 자회사를 거느릴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이번 합병을 계기로 대규모 투자나 신사업을 더 속도감 있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2차전지, AI까지 외연 확장 나설 듯


동원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을 통해 외부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한편 투자를 활성화 할 것”이라며 “식품을 넘어 축산업,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분야로 외연을 확장하면서 글로벌 생활 산업 그룹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원그룹은 1969년 김재철 명예회장이 원양회사인 동원산업을 창업하면서 시작됐다. 1982년 국내 최초로 참치캔을 출시하며 식품가공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혔고 이후 수산, 식품, 포장재를 중심축으로 사업을 해왔다. 2001년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설립하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으며, 2003년에는 한국투자금융지주(前 동원금융지주)를 설립해 금융그룹을 계열 분리했다. 김재철 명예회장의 장남인 김남구 회장이 금융지주를 이끌고 있다.

한편 동원산업은 이번 합병을 통해 주식 액면 분할을 실시한다. 현재 액면가 5,000원인 보통주 1주가 1,000원으로 분할된다. 주식 유통 물량이 확대되어 유동성이 증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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