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인 벚꽃 명소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이 3년 만에 개방되면서 방역 당국과 영등포구청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방역과 기초질서 유지 등을 위해 3000여명에 이르는 인력을 투입하지만 하루 수만명의 상춘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모양새다.
8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오는 9일부터 17일까지 개장이 예정된 서울 여의도 윤중로 벚꽃길에는 방역·기초 질서유지를 위해 360여명의 인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영등포구청 공무원 36명과 자원봉사자 324명이 벚꽃길 보행 도중 음식을 섭취하거나 마스크를 완전히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을 계도하기 위해 배치된다. 안전 순찰, 노점 정비, 청소, 주차 안내 등에 투입되는 인원을 모두 합하면 3000여명에 이른다. 영등포구청 관계자는 “이번에 투입되는 인원은 벚꽃 축제가 정상적으로 운영했을 때와 비슷한 수”라며 “방역과 관련된 질서유지를 위해 많은 인원을 투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벚꽃길을 막지 않았던 지난 2019년 윤중로 벚꽃길의 방문자가 523만여명에 이르렀던 만큼 영등포구청은 운영 방식도 변경하기로 했다. 우선 올해 여의도 벚꽃길을 찾은 방문객은 모두 우측 일방통행으로만 산책이 가능하다. 길 가운데 펜스를 설치해 마주 걷는 사람들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벚꽃길 진·출입은 서강대교 남단 사거리와 국회의원회관 사거리에서만 가능하고, 한강공원에서 올라오는 통행로는 모두 통제된다. 벚꽃길 개방시간도 평일 오전 9시부터 밤 10시, 주말 오전 8시부터 밤 10시로 24시간 개방했던 평시에 비해 대폭 줄였다.
벚꽃길 개방을 앞둔 전국 지차제의 방역 계획은 제각각이다. 벚꽃 명소 중 하나인 서울 강남구 양재천 벚꽃길은 각 주민센터에 근무하는 직원이 방역 점검을 위해 수시 순찰을 하는 수준으로 방역이 이뤄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의 벚꽃길은 특별한 방역 노력을 하지 않고 시민들의 자율에 맡긴다. 대전의 대청호 벚꽃축제, 경북 경주 벚꽃축제와 같이 코로나 상황에 맞춰 비대면 축제를 여는 곳도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 개방되는 벚꽃길인 만큼 시민들은 들뜬 분위기다. 서울 금천구에 거주하는 이 모(29) 씨는 “여의도 벚꽃길은 가족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던 추억이 있는 장소”라며 “여태 가지 못했던 게 무척 아쉬웠다. 이번에는 꼭 방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윤 모(42) 씨는 “코로나가 걱정되긴 하지만 3년 만에 벚꽃길이 개방되는 만큼 사람들이 없는 시간대에 아이들과 함께 가 볼 계획이다. 야외활동이라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일수록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야외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존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불특정 다수에 의해 감염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벚꽃길을 가더라도) 거리두기를 일정거리 이상 유지해야 하며 마스크 착용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4일부터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사적모임 제한 인원 10인, 영업시간 제한 12시’로 완화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지난 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향후 2주간 위중증과 사망을 줄여나가면서 의료체제가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남아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조치를 다음번에는 과감히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