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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이](영상) '불도저에 탄 소녀' 무엇이 소녀를 분노로 내몰았나



오늘 영화는 이거! '오영이'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 스틸 /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 스틸 / 사진=트윈플러스파트너스



‘불도저에 탄 소녀’ 리뷰 / 영상=유튜브 채널 ‘우리집 영화관’

무엇이 소녀를 거대한 불도저에 타게 만들었을까. 부조리한 사회와 권력의 부정부패다. 영화 '불도저에 탄 소녀'는 권력에게 소중한 것을 잃을 위기에 처한 소녀가 온몸으로 억울함을 부르짖는 이야기다. 소녀를 한계로 치닫게 한 건 어쩌면 귀를 닫은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일지도 모른다.



'불도저에 탄 소녀'(감독 박이웅)는 갑작스러운 아빠 본진(박혁권)의 사고와 살 곳마저 빼앗긴 채 어린 동생 혜적과 내몰린 19살 혜영(김혜윤)이 자꾸 건드리는 세상을 향해 분노를 폭발하는 작품이다. 팔에 커다란 용 문신을 한 혜영은 자신의 경계선을 침범하는 사람에게 가차 없이 주먹을 날린다. 그 탓에 법정에도 여러 번 선다. 어김없이 자신을 괴롭힌 여학생들에게 경고를 날린 혜영은 아빠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 중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는 '그날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를 파헤치다가 권력의 추악한 민낯을 발견하게 된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혜영은 세상을 향해 울부짖는다. 가난하고 힘없는 어린 소녀의 말은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다. 어른들은 힘과 권력, 큰 목소리로 제압하기만 할 뿐이다. 혜영이 팔에 커다란 용 문신을 새긴 이유는 어쩌면 '내 이야기 좀 들어달라'는 최후의 수단일지도 모른다. 어른들은 혜영이 문신을 보여주고, 손에 무기를 들어야만 말을 들어준다. 때문에 문신은 혜영이 축적한 경험의 결과다.

혜영은 거대한 권력을 맞닥뜨릴 때 더욱 날을 세운다. 본진은 회장(오만석)이 버리는 땅에 짬뽕집을 세운다. 짬뽕집이 잘 되자 회장은 자신의 조카에게 가게를 넘겨주기 위해 본진에게 퇴거 명령을 내린다. 이를 알게 된 혜영은 진실을 밝히고자 했지만, 국회의원이 된 회장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권력 앞에선 문신도, 무기도 무용지물이다. 유세 현장에서 목소리를 높여도, 뺨을 때려도 도통 통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혜영은 포기하지 않고 더 강하고 독하게 회장을 압박한다. 안 될 걸 알면서도, 아무리 주변에서 말릴지라도 혜영이 억울함과 울분을 참을 수 없는 이유는 그만큼 벼랑 끝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독기 가득한 혜영의 눈빛이 달라지는 순간은 동생 혜적과 있을 때다. 혜적이 어린 시절 엄마가 죽고, 혜영이 그 역할을 자처한다. 혜영의 눈빛은 항상 독기로 가득하지만, 혜적에게 밥을 차려주고 씻겨 줄 때에는 영락없는 소녀의 모습이다. 혜영이 권력이 대응하는 이유도 아빠 때문이다. 혜영의 독기 안에는 가족을 향한 따뜻한 마음이 담겨 있다는 걸 알린다.

극 말미 혜영은 불도저를 타고 악의 본거지의 뿌리를 뽑으려고 한다. 불도저를 훔치고, 건물을 부수는 일은 명백한 위법이며 사건의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혜영도 알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분노라는 감정으로 치부될 수 없는 일이다. 혜영은 아무리 외쳐도, 누구도 듣지 않는 자신의 목소리를 사회를 향해 외치고 싶었을 거다. 여기 부패한 권력과 억울한 사람이 있다고. 모든 일이 마무리됐을 때 혜영의 표정은 평온해진다.

작품은 두 가지 플롯이 교차하는 구조다. 본진과 회장의 숨겨진 이야기와 이를 파헤치는 혜영과 회장의 이야기가 맞물린다. 교차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관객들에게 물음을 먼저 던지고, 진실을 조금씩 알려준다. 해당 구조는 관객들의 몰입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본진의 교통사고에 대한 미스터리도 있다. 그야말로 러닝타임 112분이 꽉 차 있다. 곁가지로 뻗쳐 있는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품이 절정에 치닫는다.



첫 영화 주연을 맡게 된 김혜윤의 열연이 돋보인다. 작품 분량의 90% 이상을 끌고 가는 김혜윤의 연기도 혜영의 감정과 마찬가지로 독기로 가득하다. 분노를 꾸준히 유지하면서 상황에 따라 다른 감정을 보여준다. 엇나가려고 하는 아빠에게는 걱정 어린 분노, 보험금 사기를 치려는 정황이 보이는 교통사고 피해자에게는 억울함 가득한 분노, 그리고 회장에게는 울분에 찬 분노다. 특히 불도저를 타고 권력의 상징인 건물을 부수려고 할 때는 분노, 해소, 걱정 등 다양한 감정이 뒤섞인 표정을 보여준다.




+요약



제목 | 불도저에 탄 소녀(The Girl on a Bulldozer)

감독 | 박이웅

출연 | 김혜윤, 박혁권, 오만석, 예성

제작 | 고집스튜디오

배급 | 트윈플러스파트너스

개봉 | 2022년 4월 7일

관람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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