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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쌍방울 계열사 …"제2의 에디슨EV 우려"

미래산업, 아이오케이 지분 매도로 차익실현

“계열사간 자금거래 활발해 재무구조 불안정”

지난해 서로 CB 발행해 지분 추가 확보 노려

“순환출자, 연쇄부실 등 문제 발생 가능성 ↑”

/서울경제DB/서울경제DB




쌍용차(003620) 인수전에 뛰어든 쌍방울(102280)그룹이 주가 급등을 틈타 차익 실현을 하면서 논란이 된 가운데, 신용평가사가 쌍방울의 재무 안정성이 불안하다고 평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쌍방울그룹 계열사간 전환사채(CB)를 발행하는 등 그룹 내부에서 자금 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며 재무 구조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순환출자 구조를 가진 그룹의 회계·현금 흐름이 불투명하고 연쇄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소액주주들이 큰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미래산업(025560)은 지난 4일 아이오케이(078860) 주식 647만 6842주를 124억 1479만 여원에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주식 매각에 따른 현금유동성 확보가 매도 사유였다. 주당 매각가는 1916여 원으로 쌍용차 인수전 참여 소식이 전해지기 전인 지난 달 31일 종가 1235원보다 55% 높다. 이에 쌍방울그룹의 빈약한 자금력이 물음표를 제기한 가운데 주가 상승세에 지분 대량 매각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이 거세지는 중이다. 쌍방울그룹은 “미래산업은 2020년 9월 아이오케이 주식 239만 5210주를 주당 4356원에 인수했는데, 이번 매도한 647만 주에 대한 처분가액은 지난해 11월 주당 1720원, 이달 4일 주당 1978원이라 당연히 차익 실현은 없는 상황”이라고 반박했지만 주가 급등을 틈타 지분을 매각했다는 점에서 비판은 이어지고 있다. 에디슨모터스의 ‘먹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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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들은 쌍방울그룹 계열사가 진행하는 사업 사이에 연관성이 없으나 내부 자금거래가 계속된다는 점을 이유로 재무안정성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 쌍방울 정기기업평가를 진행한 장미수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계열사간 사업연계도가 높지 않으나 관계회사 지분투자 및 대여금으로 자금거래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재무구조 변동 및 자금회수 여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요구된다”며 “최근 현금성 자산이나 관계사 지분의 주가 변동이 크다 보니까 재무 안정성에 변동성이 내재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쌍방울, 광림(014200), 비비안(002070), 아이오케이, 인피니티엔티, 미래산업, 나노스 등 7개의 상장사로 구성된 쌍방울그룹은 서로가 서로의 최대주주로 있는 순환 출자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쌍방울은 광림이 12.04%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로 있으며 광림은 칼라스홀딩스와 아이오케이가 각각 19.19%, 9.87%를 소유하고 있다. 칼라스홀딩스는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이 지분 30%를 소유한 비상장 지주회사다. 비비안(쌍방울 13.46%, 광림 3.85%), 미래산업(인피니티엔티 8.08%, 광림 2.80%), 아이오케이(인피니티엔티 18.36%, 미래산업 5.29%), 인피니티엔티(비비안 30.64%), 나노스(광림 48.46%, 쌍방울 23.66%) 모두 쌍방울그룹 계열사를 최대주주 및 대주주로 두고 있다.

쌍방울그룹 계열사간 자금 거래, CB 발행도 활발하다. 쌍방울그룹 계열사들은 지난해 11월 일제히 CB를 발행했다. 미래산업과 비비안은 광림에게 100억 원을, 아이오케이는 비비안과 미래산업에 각각 100억 원, 나노스는 아이오케이·엘케이3호조합에 각각 100억 원과 150억 원, 광림은 제이에스조합에게 200억 원을 발행했다. 표면상으로는 850억 원 어치를 발행했지만, 사실상 늘어난 자금은 350억 원에 불과하다. 나머지 계열사들은 자금 조달 효과가 없지만, CB를 전환하면서 큰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 서로의 지분을 추가로 보유하게 되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추측된다. 미래산업은 지난달 25일 아이오케이의 CB 100억 원을 취득하기로 한 뒤 기존 보유하고 있던 주식과 함께 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자금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는 소유 구조는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왜곡된 주가흐름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주주들의 가치 제고가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순환출자는 지배구조 차원에서 경영 승계, 지분 물려주기 등을 위한 고전적인 방식으로 사용돼 왔는데, 재무·회계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항상 내재된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교수는 “자금이 불안한 계열사가 생기면 자금을 몰아주면서 연쇄 부실이 나타날 수도 크다”며 “잘못된 지배구조가 주가에 영향을 줄 여지가 있어 피해는 소액주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심기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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