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4%를 기록했다. 내림해서 4.1%지 실제로는 그보다 0.04%포인트 더 높다. 2012년 1월 이후 최고치로 6개월 연속 3.0%를 넘어서고 있다.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소비자물가나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소비자물가도 대동소이하다.
왜 이렇게 물가가 급등하는가. 물론 일차적인 원인은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이다. 2020년 3월에 비해 원유 가격은 20.5달러에서 100.3달러로 500% 가까이 뛰었다. 유가 폭등의 원인은 기본적으로 수급이 불안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 불안이다. 그러나 원유 가격만 불안한 것이 아니다. 거의 모든 원자재 가격이 원유와 마찬가지로 급등하고 있다. 2020년 3월에 비해 2022년 3월 니켈은 11.4달러에서 32.1달러로 올랐으며 구리는 톤당 4939달러에서 1만 368달러로 폭등했다. 국제 농산물 가격도 마찬가지다. 소맥 가격은 부셸당 568달러에서 1006달러로 뛰었고 옥수수도 341달러에서 749달러로 상승했다. 중요한 것은 원유 가격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미 수입 공산품 가격의 급등을 초래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21년 2월 원화 표시 수입 공산품 가격 상승률은 -0.1%였는데 지난해 4분기에는 20%를 넘어섰고 올해에도 20%에 육박하고 있다. 원유와 에너지 수입 금액이 약 1300억 달러인 반면 공산품 수입액은 그보다 네 배가 넘는 약 5000억 달러다. 따라서 공산품 수입 가격이 오르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원유 가격 상승의 효과보다 훨씬 더 크다. 원유와 원자재 가격 급등에서 시작한 인플레이션이라는 산불이 이미 공산품 가격 급등으로 옮겨붙었고 다시 서비스 가격과 임금 상승으로 옮겨붙기 시작했다. 3월 서비스 물가 상승률도 3.1%를 기록해 10여 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에 더해 지구 모든 나라들이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을 지나치게 남발한 것도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한 원인이다. 통화가 엄청나게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십여 년 이상하리만치 안정됐던 이유는 풀린 돈들이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만 머물면서 부동산 가격과 주가만 끌어올릴 뿐 인플레이션을 촉발하지는 않아서다. 그러나 모든 중앙은행들이 정책 금리를 올리게 되자 부동산 시장과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온 돈들이 서둘러 상품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현물 및 선물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야기됐다.
인플레이션 대책을 이야기하려면 인플레이션 상승의 구조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번 3월 인상 폭 4.14%를 지출 유형별로 분해해 보면 1.37%포인트가 교통 비용 상승이고 0.84%포인트는 음식·숙박 비용 상승이며 그다음으로 주택·수도·전기·연료 비용 상승이 0.59%포인트, 그리고 식료·음료품 가격 상승이 0.54%포인트 기여했다. 이들 네 지출 품목의 상승 기여도를 다 합하면 3.34%포인트로 전체 물가 상승 4.14%포인트의 80%를 차지한다. 나머지 지출 품목들의 가격 상승 요인은 아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시적 인플레이션 대책은 분명하다. 일단 교통 비용 상승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특히 저소득층과 취약 계층의 교통 비용 부담은 경감돼야 한다.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유류세 경감이나 보조금·유가환급금 지급은 매우 적절한 정책이므로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 저소득층과 자영업자나 소상공인과 같은 취약 계층에 대한 교통 비용 절감 대책은 보다 과감하게 집행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거시적으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줄이고 기준 금리를 올리는 정책은 필수적이다. 또 음식·숙박 비용과 식료품·음료 가격 폭등에 대한 거시적 대책도 필요하다. 특히 높은 가격으로 구매하지 않을 수 없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실질적으로 가격 부담을 낮춰줄 거시적 대안이 필요하다. 예컨대 한시적으로 부가가치세를 1~2%포인트 인하하면 가격 상승으로 인한 부담 증가를 상당 부분 경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금을 걷어 정부가 나서서 바우처 지급과 같이 나눠주는 정책보다는 가격 기능을 활용하는 정책이 훨씬 신속하고 효율적이다. 물론 부가가치세 세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지만 가격 인하로 인한 수요량 증가와 고용 및 세수 증대 효과까지 감안한다면 세수 감소 효과는 그만큼 상쇄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