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르포] 보라해이거스 된 라스베이거스…'BTS 시티'가 되다

공연 뒷모습 사진전과 체험공간, 팝업스토어까지 한 곳에 마련

K팝 스타 도전하는 글로벌 꿈나무들 한 곳에 모인 합동 오디션도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립 지역 내 벨라지오 호텔 앞 분수대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에 맞춰 분수쇼가 열리고 있다. 박준호 기자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립 지역 내 벨라지오 호텔 앞 분수대에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에 맞춰 분수쇼가 열리고 있다. 박준호 기자





“Get it, let it roll~!”

지난 8일(현지시간) 밤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인 스트립 지역의 벨라지오 호텔 앞 분수대. 이 곳의 분수쇼는 라스베이거스에 온 사람들이 한 번은 꼭 보고 간다는 대표적 볼거리로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스페인 몬주익 등과 더불어 3대 분수쇼로 꼽힌다. 여느 때와 같이 많은 사람들이 분수대 근처에 모여서 쇼를 보는 순간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노래가 들렸다.

분수대는 BTS의 두 영어 히트곡인 ‘다이너마이트’(Dynamite)와 ‘버터’(Butter)를 섞은 메들리에 맞춰 3분가량의 시간 동안 갖가지 기하학적 무늬를 만들어냈다. 수면 아래 설치된 조명은 수시로 위치를 바꿔가며 음악에 따라 점점 화려해지는 초대형 분수의 움직임을 비췄다. 쇼를 보는 사람들은 연신 휴대전화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댔고 환호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 번으로 그치기 아쉬웠는지 조금 더 기다렸다가 이 곡의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계속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을 알리는 판넬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호텔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공연을 알리는 판넬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BTS의 음악이 라스베이거스 한복판을 차지한 건 8일 나흘간의 일정을 시작한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 콘서트 덕분이다. 특히 이번엔 BTS의 소속사인 하이브가 도시 곳곳에 BTS와 관련된 여러 즐길 거리를 선보이는 ‘더 시티’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벨라지오 호텔 앞 분수쇼를 비롯한 여러 이벤트들이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팬들의 눈과 발을 붙잡았다.

뿐만 아니라 하이브와 산하 7개 레이블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함께 진행한 글로벌 오디션도 콘서트 기간 동안 열린다. 하이브가 팝 음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 진행한 첫 번째 오디션이라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에어리어15 일대에 설치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체험 공간에 입장하게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박준호 기자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에어리어15 일대에 설치된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체험 공간에 입장하게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박준호 기자


전시·팝업스토어·테마객실…공연 넘어 ‘팬 경험’ 확장한다


사진전과 체험공간, 팝업스토어 등이 자리한 라스베이거스의 에어리어15 일대는 전시 첫날인 이날 오전부터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낮 최고기운 32도에 달하는 무더운 날씨에도 BTS의 팬들은 전시를 보기 위해 먼 걸음을 했다.

처음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들을 기다리는 건 이번 투어와 지난달 열린 서울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과 리허설 및 콘서트 무대 뒤 사진들을 모은 ‘비하인드 더 스테이지’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전시였지만 시간당 200명 안팎으로 제한한 인원은 모두 마감됐다. 하이브 관계자는 “이전부터 기획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미뤄졌다가 하게 됐다”며 “이런 이벤트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에어리어15에 마련된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 박준호 기자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이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에어리어15에 마련된 사진전을 둘러보고 있다. 박준호 기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국적도 다양했다. 애틀랜타에서 왔다는 40대 여성 몰리는 “BTS는 나를 젊게 만들어준다”며 “여전히 내 삶에서 결정할 게 많은 40대 중반인데도 BTS의 음악과 그들의 생각은 내 고민을 건드려준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온 사람도 물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50대 여성은 이번 콘서트가 BTS를 보는 첫 공연이라며 “서울 공연의 티켓을 구하지 못한 대신 라스베이거스로 직접 왔다”며 공연을 향한 열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함께 전시를 보던 이자연(31)씨는 산호세에서 왔다며 “4회 다 보고 갈 생각”이라고 웃었다. 길 하나를 건너면 체험공간과 팝업스토어가 있었다.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에 나온 레코드점과 농구 골대, ‘버터’ 뮤직비디오의 세탁전문점 등의 공간들을 실제로 재현한 공간을 배경으로 팬들은 연신 사진을 찍었다. 미 중북부 노스다코타 주에서 역시 BTS의 팬인 딸과 함께 팝업스토어를 찾은 40대 여성 리사는 “전날 밤 공연을 보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다”고 말했다. 본인은 진, 딸인 케이틀린은 정국을 가장 좋아한다는 두 사람은 “이틀 공연을 보고 바로 집으로 가지만 그것만으로도 즐겁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를 맞아 열린 파업스토어. 사진 제공=하이브‘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라스베이거스’ 콘서트를 맞아 열린 파업스토어. 사진 제공=하이브


팬들이 맛으로 BTS를 경험할 수 있는 곳도 마련했다. 콘서트 기간 동안 만달레이 베이 호텔 안의 한 레스토랑이 ‘카페 인 더 시티’라는 팝업 식당으로 변신했다. 메뉴는 비빔국수, 떡볶이, 김밥, 붕어빵, 김치볶음밥 등으로, 평소 멤버들이 좋아하는 음식이나 ‘달려라 방탄’, ‘인더숲’ 등 예능 콘텐츠에서 등장했던 것들이었다. 레스토랑의 한 관계자는 “콘서트가 열리는 주말까지 예약이 거의 다 찼다”고 전했다.

라스베이거스 시내에 있는 MGM 리조트 인터내셔널 산하 호텔 11곳에서는 BTS ‘테마룸’도 선보였다. BTS 멤버들의 포토카드 총 7장, '이렇게 만나는 순간을 기다려 왔다', '우리 즐거운 시간 함께 보내자', '소중한 추억 남겨보자', '보라해' 등 손글씨로 만든 메시지카드가 투숙객을 맞이한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하이브 합동 오디션장의 모습. 연합뉴스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하이브 합동 오디션장의 모습. 연합뉴스


새로운 ‘K팝 스타’ 찾아… 하이브 첫 합동 글로벌 오디션도


‘더 시티’ 프로젝트와 별개로 진행하지만, 하이브의 이벤트 중에는 글로벌 오디션도 있었다. 이번 오디션은 산하 빅히트뮤직, 플레디스, 빌리프랩, 쏘스뮤직, 코즈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5개 레이블과 하이브의 미국, 일본 현지법인 등 총 7곳이 합동으로 열었다. 하이브 측은 지난달 20일부터 온라인으로 신청을 받은 결과 약 1만 3000명이 지원했으며, 현장에서도 접수를 진행한다고 전했다. 오디션 일정은 BTS의 공연이 열리는 나흘 동안이다.

참가자들은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전문가들 앞에서 약 30초 동안 보컬, 랩, 댄스 등 각각의 부문에 따른 장기를 자유롭게 선보였다. 이날 오디션엔 ‘DNA’, ‘피 땀 눈물’, ‘Fake Love’ 등 BTS의 거의 모든 히트곡 안무를 짰던 손성득 안무가가 예정에 없이 심사에 참여해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 오디션을 찍은 영상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면, 일정 기간 동안 레이블 7곳에서 각각 평가를 거쳐 맘에 드는 참가자를 뽑는 식으로 진행한다. 하이브 아메리카 관계자는 “경우에 따라 여러 레이블에서 동시에 연락을 받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열린 하이브의 글로벌 공동 오디션에서 참가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공=하이브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열린 하이브의 글로벌 공동 오디션에서 참가자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 제공=하이브


참가자들은 모두 K팝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보컬로 지원했다는 카일라(14)는 “대략 2년 전부터 K팝에 관심을 갖고 꿈을 키웠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댄스 부문으로 오디션을 본 다이앤(14)은 가수 현아의 팬이라며 “매우 떨리는 경험이었지만 이런 오디션을 봤다는 것, 하이브에서 춤을 배울 기회가 생긴다면 흥분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둘은 이번 오디션장에서 처음 만났지만 똑같은 관심사 덕에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가자인 클로이(19)는 “K팝이 세계 음악계 중심으로 들어가고 있다. 아이디어가 많은 음악”이라며 “하이브는 인기 그룹들이 속해 있어 꼭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이다. 개인적인 창의력을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BTS의 이번 콘서트는 오는 16일까지 계속된다. 티켓을 구하지 못한 팬들을 위해 공연장인 얼리전트 스타디움 인근의 극장에서 공연실황을 단체 관람하는 ‘라이브플레이’ 이벤트도 열린다. 공연장인 얼리전트 스타디움 주변을 비롯한 도시 곳곳에 공연을 알리는 포스터와 전광판 광고가 눈에 띈 건 물론이다. 콘서트 기간 내내 라스베이거스 곳곳이 BTS의 상징색인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해도 과한 말은 아니다.

방탄소년단(BTS) 콘서트를 앞두고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광판에 '보라해가스'라는 글자가 나오고 있다.사진 제공=하이브방탄소년단(BTS) 콘서트를 앞두고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광판에 '보라해가스'라는 글자가 나오고 있다.사진 제공=하이브


박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