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과기 선도국 도약의 길, 융합에 있다

김복철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韓, 코로나19 초기 효과적 방역 달성

AI·빅데이터 등 기술 접목 했기에 가능

한 분야 이론만으로 난제 해결 못해

융합을 4차 산업시대 성장엔진 삼아야





2020년 노벨 화학상 선정 결과에는 주목할 만한 것이 두 가지 있었다. 첫 번째는 120년 노벨상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과학자만 2명이 수상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구조생물학과 생화학이라는 서로 다른 두 분야의 과학자가 학문적 융합을 통해 이루어낸 성과로 수상을 했다는 점이다. 그 영광의 주인공은 유전자를 원하는 대로 편집할 수 있는 생물학 기술인 ‘크리스퍼 캐스9(CRISPR/Cas9) 유전자 가위’를 개발한 독일 막스플랑크감염생물학연구소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교수와 미국 UC버클리대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다.



미생물이 가지고 있는 크리스퍼 면역 체계에 대한 연구를 이어 오던 미생물학자 샤르팡티에 교수와 RNA 전문가인 생화학자 다우드나 교수는 2011년 공동 연구를 시작해 2012년에 효율이 극대화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개발하게 됐다. 분야를 뛰어넘은 이종 간의 창의적·도전적 융합이 있었기에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고, 이것이 노벨 화학상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관련기사



과학기술이 고도화하고 사회가 점점 복잡해짐에 따라 한 분야의 이론이나 기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현재 맞닥뜨린 코로나 같은 감염병을 해결하는 데도 화학·생명공학·통신·빅데이터·인공지능(AI) 등 다양한 과학기술이 접목·융합돼야 하고, 앞으로 무한한 규모로 펼쳐질 우주 개발 시대를 준비하는 데도 물리·천문·항공·기계·건설 등 수많은 이론과 기술이 융합돼야 한다. 미국의 ‘빅 아이디어 프로젝트 및 융합 엑셀러레이터 사업’, 유럽연합(EU)의 ‘호라이즌 유럽(Horizon Europe)’ 등 과학기술 선진국들이 혁신적 기술 개발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융합 연구를 꼽는 이유도 이와 맞닿아 있다.

과학기술 분야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지원·육성하고 있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도 이런 융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2014년부터 정부 출연연, 대학, 기업의 연구 인력이 한곳에 결집해서 연구를 수행하는 ‘On-Site(집결형) 융합연구단’을 출범시켰다. 연구단 출범 초기에는 서로 다른 연구 문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곧 서로를 이해하고 새로운 방식의 융합적 사고를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면서 연구에 속도가 붙었고 일반 사업 대비 2~3배에 이르는 높은 수준의 성과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가 형성됐다. 지난 8년간의 연구회 융합 연구 사업이 더욱 고무적인 것은 참여 연구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주관 연구기관에 집결해 연구를 수행하는 ‘On-Site’ 방식에 대한 만족도는 79.2%, 융합 연구를 통한 혁신적 연구 성과 창출 긍정도 86.3%, 융합 연구를 통한 신뢰도 향상 긍정도 91.5% 등 우리의 융합 연구 모델이 성공적으로 착근됐음을 보여준다. 이는 말로만 외치는 융합이 아닌 실질적인 융합 연구 모형의 성공 사례가 국내에서도 만들어졌다는 방증인 것이다.

2년 전 코로나가 확산되던 팬데믹 초기에 대한민국이 드라이브스루 검사 방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은 사소해 보일지 모르지만 대단한 혁신이었다. 또한 신속한 진단 키트 개발과 함께 진단 검사에 AI·빅데이터 기술을 융합하면서 지속적으로 혁신을 창출했고, 그 결과 대한민국은 코로나 방역의 세계적 모범 국가가 됐다. 지난 2년 동안 코로나 방역과 관련한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혁신과 융합을 선도한 퍼스트 무버였다.

이제 융합은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됐다. 아이디어의 융합, 데이터의 융합, 과학기술과 인문학의 융합,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융합 등 융합적 사고·분석·예측 능력이 대한민국을 더 멋진 미래로 안내할 것이다. 디지털 대전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도적인 과학기술 중심 국가’를 꿈꾸고 있는 대한민국이 연결과 소통의 융합 정신을 성장 엔진으로 장착하고 미래 가치를 만들어 나간다면 대한민국은 곧 세계로부터 존경받는 진정한 일류 국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