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기업의 주요 경영 사항 등을 늦게 공시하거나 번복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상장사가 26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주가가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 회사의 상장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1월 3일~4월 10일) 코스피 기업 11곳과 코스닥 기업 15곳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특히 코스피 시장의 경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사례가 전년도(6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사유 별로 살펴보면 수주 공시를 번복하거나 계약 해지 사실을 뒤늦게 알린 경우가 가장 많았다. 일성건설(013360)은 1300억 원 규모에 이르던 노원2동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공사 도급계약이 해지됐다는 소식을 해지 시점보다 9개월이나 늦게 공시해 제재를 받았다. 또 다이나믹디자인(145210)은 앞서 공시한 내용 중 계약금액의 50% 이상을 변경하겠다고 밝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고 참엔지니어링(009310)·한화솔루션(009830) 등 5곳도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 관련 공시를 번복하거나 늦게 공시했다.
한창, 연이비앤티(090740) 등 5곳은 타 법인 주식 및 출자 증권 취득 결정을 철회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밖에도 횡령·배임 혐의 발생 공시 중 발생 금액을 잘못 공시한 오스템임플란트(048260), 최대주주 변경을 지연 공시한 싸이토젠(217330), 소송 등의 제기·신청을 늑장 공시한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유네코(064510) 등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들은 대체로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을 불러일으켰다. 엘아이에스(138690)(-63.43%), 비케이탑스(030790)(-48.44%), 엔지켐생명과학(183490)(-27.40%), 한화솔루션(-15.46%) 등 16곳은 불성실공시 법인 지정 이후 15거래일 만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은 기업의 상장 폐지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코스피 상장사는 누적 벌점이 15점에 이르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같은 조건에서 코스닥 상장사는 주식 거래가 정지되며,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올해 불성실 공시로 벌점을 부과 받은 13곳 가운데 10곳은 5점 이상의 벌점을 받았다. 이미 매매 거래가 정지 중이거나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한 기업들도 있다. 연이비앤티는 지난 3월 8일 공시 번복 6건에 따라 불성실 공시 법인 지정된 후 주권 매매 거래가 중지된 상황이다.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및 거래 정지에 있다. 유네코는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해 거래가 정지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 입장에선 당장 부정적인 이슈를 공시하면 경영진이 비난 받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공시에 수동적인 자세를 갖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러나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기업으로서 기본적인 의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