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 이제는 한국이 일본을 껴안을 때 ?

■이면우 세종연구소 부소장

냉전 붕괴 후 평화시대 이어왔지만

전 세계 또다시 패권 다툼 '회오리'

韓, 우크라 사태·북핵 등 공조 절실

日과도 협력해야 정책효과 빛발해





한국의 외교안보 태세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 그 중에서도 일본에 대한 정책 및 인식을 바르게 하고 정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우선 현재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사태가 국제정치에서 강권주의가 재래했음, 또는 언제라도 재래할 수 있음을 함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제정치학에서 국제 관계에 대한 정통적인 견해는 무질서 혹은 혼돈(카오스)이라는 것인데 이는 결국 국가 간 관계에서 한 국가 내 존재하는 법적 질서와 같은 것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힘을 가진 국가에 의해 부정돼 무질서로 돌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20세기 전반기에 발생한 양대 전쟁은 그 피해가 매우 커서 이후 아이러니컬하게도 국제적 규범의 정착에 기여해 소위 말하는 전후의 오랜 평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냉전마저 붕괴된 1990년대 이후의 탈냉전기에는 비록 초기에 민족주의의 발호나 테리리즘의 빈발에 의해 국가 간 잦은 분쟁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냉전의 붕괴에 따른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승리 및 세계화가 평화로운 세계를 더욱 북돋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동반했다. 마이클 도일 등의 ‘민주평화론’이나 프랜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언’과 같은 개념이 이러한 낙관론을 대표하는 표현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에 들어 해가 거듭될수록, 특히 최근 10여 년 동안에는 낙관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그 중심에는 ‘세력전이론’이나 ‘미중갈등론’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겠다. 중국의 경제적 성공이 공세적인 대외 정책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허약해진 미국의 주도를 받아들이지 못해 결국에는 세계 패권을 향한 도전과 응전의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이고 전망인 것이다. 이것이 새로운 냉전을 초래할 것인지 아니면 제3차 세계대전이라는 열전의 양상으로 번질 것인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는 후자의 세계대전 가능성이 결코 없지 않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오랜 평화의 기간에 너무 익숙해져 앞서 언급한 국제 관계의 본질을 잊고 있었음을 반성하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고도 하겠다. 또한 냉전의 붕괴로 자본주의의 세계화가 진전됐음은 사실이지만 자본주의가 자유민주주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님도 보여준다. 한국 등을 위시한 많은 국가가 경험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체제의 발달 과정에서는 내재적 발전의 한계성 때문에 권위주의적 또는 독재적 정치체제가 발호되는 위기의 시기가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러한 국내의 정치경제적 위기 국면을 공산주의 체제라는 허위의식에서 파시즘으로 상대방을 비난하며 극복하려는 푸틴의 러시아가 야기시킨 것이라고 하겠고 허울뿐인 민주주의 체제가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하겠다.



한국이 현재 당면한 국제정치적 상황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은 상기한 논의에서 좀더 명확해졌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도 역사 교과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었던 일본을 껴안자거나 포용하자는 주장에는 다소 의아해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로 다음 세 가지를 제시해 볼 수 있다. 첫째, 한국의 주변국 중에서 미국을 제외하면 일본이 그나마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에 기초한 법적 질서를 갖춘 나라이고 따라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논의할 수 있는 공통적 기반이 있다.

관련기사



둘째, 일본의 향후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기 위해서도 일본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의 심화나 우크라이나 사태의 발발과 같은 국제 환경의 변화는 북한의 위협 증가와 더불어 일본의 외교안보 정책이나 방위 정책에 변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적기지 공격 능력에 대한 고려는 전후 일본의 전수 방위 개념을 명실상부 변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견제를 위해서도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 유지 및 협력은 필요하고 중요하다는 것이다. 국제 정치 상황의 변화는 이러한 변화하는 일본에 대해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포용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최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신뢰도가 낮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생각된다.

셋째, 한국의 외교안보적 위상 및 그 정당성과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이나 동남아시아의 많은 국가가 한일 갈등의 이유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협력해 나갈 것을 원한다. 달리 말하면 일본과의 협력적 분위기에서 추진될 대미 정책이나 대유럽 정책, 대동남아 정책은 정당성을 더욱 높이고 합리적이며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대중 정책이나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들은 일본도 한국에 대해서 가지고 있었고 여전히 가지고 있는 생각이지만 지금 일본은 예전 같지 않게 한국에 대한 인식 및 신뢰가 매우 낮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제는 한국이 먼저 일본을 껴안자는 것인데 이러한 일본포용론은 무엇보다도 일본 및 대일 정책에 대한 인식을 바꾸자는 것이다. 무조건적인 비판이 더 이상 효용성을 발휘하지 않는 국제정치적 상황이라는 것이고 이는 한국의 국익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것이다.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한국의 외교가 세계적인 안목에서 한국의 국익은 물론, 세계 및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성장의 궤도에 올라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