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연속 10만 명 대를 기록 하면서 차츰 감소세에 접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이건 정부의 표현이고요, 요즘 주변에서는 ‘걸릴만큼 다 걸리니 이제 걸릴 사람이 없나보다’는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족, 지인, 회사 동료까지 하루에 여러 명이확진 소식을 전하고 있거든요. 기자의 가족도 지난주 온 가족 확진으로 장장 열흘에 걸친 격리를 진행했습니다. 오늘 [건강한 육아]는 생활치료센터 입소가 사라진 오미크론 시대의 가족 격리 후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가족 중 한 명 확진…추가 확진은 남은 가족의 책임
“000어린이(5세), 양성입니다”
2주 전 수요일, 아이와 함께 응급실에 갈 일이 생겼습니다. 부랴부랴 밤 9시 30분에 도착한 응급실에서는 ‘아이가 37.5도로 미열이 있으니 코로나19 신속항원 검사를 해야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검사 결과는 뜻밖에도 양성이었습니다. 경황이 없어 미열이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자가검사도 해 보지 않은 채 응급실부터 간 셈이죠. 아이가 확진자가 되어 격리실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새벽 1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습니다.
집에는 같은 나이의 아이가 한 명 더 있습니다. 기자 역시 “다 걸리고 끝나면 속 편하겠어”라는 말을 안 해 본 건 아니지만 막상 제 상황이 되니 부모의 마음으로 돌아갑니다. 가능하면 덜 아팠으면, 가능하면 안 걸렸으면. 늘 함께 자던 아이 둘을 분리해 각방을 쓰게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난 아이들은 ‘왜 어린이집은 갈 수 없는지’ ‘왜 집에서 마스크를 쓰고 있어야 하는지’ 불만 투성 이였죠. 함께 밥을 먹고 TV를 보고 그림을 그리며 놀고 싶은데 한 아이는 방에 갇혀 있고, 또 다른 아이는 그 방에 들어갈 수 없어 첫 날 아침부터 ‘보채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냥 마스크를 벗고 모두 다 걸리는 ‘우리 집 집단면역’ 실험을 해야 하나. 인터넷을 찾아보니 ‘어차피 다 걸리게 돼 있다’ ‘릴레이 확진(돌아가면서 온 가족이 확진되는 것)이 더 힘들다, 차라리 한 번에’라는 글이 많았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진 않았습니다. 나머지 한 명의 아이를 코로나19에 걸려라, 걸려라 주문을 외울 수도 없는 일이니까요. 그 사이 저에게도 고열과 근육통이 찾아왔고, 아픔이 절정에 달하던 3일 후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증상이 없는 아이도 함께 검사를 받았는데 ‘무증상 확진’이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철저한 분리를 한 건 아니지만 아이에겐 다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확진자의 동거가족이 3명이나 있는데도 확진기간 내내 이에 대한 안내나 주의사항은 없었습니다. 정부는 더 이상 추가 확진을 우려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내가 이렇게까지 노력해 추가 확진을 막아야 하는건지,(동거가족 부모의 출근을 막아주지도 못하면서!) 이건 정부가 해 줘야 할 일이 아닌지 의아했습니다. 정부 스스로도 지금 모든 건 민간의 책임으로 돌리고 아침마다 정례 브리핑을 열어 그저 우려만 표시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봤으면 합니다.
형식적인 격리물품…‘디즈니 플러스 결제 해줬으면’ 농담도
제가 거주하는 자치구에서는 아이가 확진 되니 자가격리 키트를 보내왔습니다. 키트 안에는 ‘아세트아미노펜’ 해열제와 종합감기약 등 상비약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은 신생아 시절부터 아세트아미노펜으로는 열이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처방받은 이부프로펜 계열 해열제를 몇일간 4시간 간격으로 먹이니 약이 금방 소진 되더군요. 다행히 집에 해열제가 있어 마지막 열을 잡았습니다. (확진 전 해열제 품귀 현상이 있다고 해 약국 네 군데를 돌아다니며 겨우 산 해열제입니다) 이마저도 인터넷을 찾아보니 보내주지 않는 자치구도 있고 또 어떤 자치구는 라면 등 식량까지 보내주는 곳도 있더라고요. 확진자가 많아져 격리 물품이 축소된 탓입니다.
또 격리 물품은 확진 후 이틀 정도가 지나서야 도착했는데 그때는 이미 열이 다 내리고 건강 상태가 많이 좋아졌을 시기입니다. 오히려 아이 얼굴에 홍조가 생기고 그간 듣지 못한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보건소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에 전화를 돌려 약을 처방받을 때도 사진 처방이 가능한 곳을 따로 알아봐야 했고요. 다행히 ‘닥터나우’라는 앱이 있어 이를 통해 인근 병원에서 사진을 통해 비대면 진료를 받았습니다. 병원에서 처방 받은 약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했는데 보건당국이 지원하는 구호 물품이 지나치게 형식적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부가 방역 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코로나19가 아직은 ‘1급 감염병’ 신분 아닌가요. 정부가 정책을 바꾸기 전까지는 그에 맞는 대우가 필요한듯 합니다.
두 아이 확진 후 격리 열흘 간 아이들은 지겹도록 TV를 봤습니다. 3주 전 격리해제된 남편은 출근을 해야 했고 저도 청소와 환기 등 집안일을 해야 했으니까요. 종종 밀린 회사 일도 해야 했고요. 지인과 디즈니플러스 아이디를 공유하고 (4명까지는 동시접속이 된다고 하니, 디즈니 감사합니다) 엔칸토, 겨울왕국 등을 매일 영화관처럼 켜 놓았습니다. 하루는 팝콘까지 쥐어주고요. 부모는 “정부가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해열제 말고 디즈니 플러스와 넷플릭스 이용권을 제공해주는 게 낫겠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왕좌왕 정책…막상 걸리니 모두 개인의 몫
기자는 지난해 코로나 방역 정책을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를 출입했습니다. 매일 아침에 눈 떠서 밤에 눈 감을 때까지 사회적 거리두기와 백신 도입 등 기사를 썼는데요, 출입처를 떠난 후 코로나19에 확진되니 당황스러운 일이 참 많았습니다. 확진자가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하지 않는 굵직한 정책 변화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불과 몇주 전 격리 해제된 지인과 격리 기간이 다르고 모든 정보를 인터넷 블로그와 맘카페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 홈페이지에는 정보가 모아져 있지 않고 한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고요. 확진 후 가족에게 도움을 된 주체는 오히려 ‘닥터나우’ ‘마켓컬리’ 등 민간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방역 정책이 완화돼 신속항원 검사도 무료로 받을 수 없다고 하네요. 아직은 이 병이 ‘1급 감염병’인데 말이죠. 어제는 고령의 어머니 확진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어머니는 어제 경기도 일대 몇 군데의 병원을 돌아다닌 후 한 병원에서 3시간을 기다려서야 양성을 ‘인정’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육부는 확진 학생들은 학교에서 중간고사도 볼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한 켠에서는 검사를 돈 주고 받으라고 하니 국민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춰야 할까요. 어떤 이들은 증상이 생겨도 검사를 피하지 않을까요? 아이러니한 코로나 3년차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