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핵심 멤버들이 입각하면서 윤석열 정부 경제팀이 사실상 업무에 돌입했다. 금융위원장이 유력한 최상목 경제1분과 간사까지 입각하면 인수위 경제분과가 차기 정부의 경제팀이 된다. 치솟는 물가 등 민생고 해결에 팔을 걷어붙인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에 따라 장관 후보자들은 인수위에 몸담은 상황에서 대책을 마련해 정부 출범 즉시 해법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수위가 초대 내각과 한 몸이 되면서 국정의 큰 그림을 그릴 기존 인수위의 힘이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간사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1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기획위원장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역시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가 아닌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했다.
윤석열 정부의 거시정책과 부동산 정책을 책임질 두 핵심 장관 후보 모두 청문회를 준비하고 업무 보고를 받기 위해 인수위 밖에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 것이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청문회 준비도 준비지만 기재부와 국토부의 업무 보고를 받고 현안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더 우선이었던 만큼 하루라도 빨리 사실상 일을 시작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내각 후보자들이 인수위에서 부처의 업무 보고를 받고 관련 국정과제를 수립하다가 정부 출범 즉시 실행한다는 복안이다.
윤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물가 급등과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에 따른 피해 등 민생고의 와중에 취임한다. 위기에 직면한 만큼 윤 당선인은 인수위 경제팀 인사들을 대거 발탁하면서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신속히 비상 플랜을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추 간사와 원 위원장뿐 아니라 이창양 경제2분과 간사(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도 지명했다. 또 인수위 경제1분과의 최상목 간사와 김소영 위원을 각각 금융위원장과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임명하는 것이 유력하다. 인수위 업무를 맡던 주요 인사들이 점점 초기 내각 각료로 전환하는 상황인 셈이다.
후보자들도 이 같은 윤 당선인의 인사 기조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부처 업무 보고를 받으며 인수위에서 만들어온 국정과제를 부처에서 곧바로 실행하기 위한 액션플랜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추 후보자는 기조분과에서 코로나19 지원 등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 작업을 주도해왔다. 또 기재부와 함께 국정과제에 드는 재원을 분석하고 연도별 투입 예산을 계산하고 있었다. 추 후보자는 “신정부가 출범하면 바로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잘 준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경제부총리로 지명되자 추 후보자는 한발 더 나아가 시장에 적극적인 시그널을 주기 시작했다. 최대 현안으로 꼽은 서민 생활 물가 안정을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그는 “일부 사항은 청문회 과정에서 밝히고 청문회를 마친 뒤 기회가 주어지면 구체적인 구상을 담아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겠다”고 했다.
인수위에서 윤 당선인의 공약을 국정과제에 반영하는 역할을 하던 원 후보자도 마찬가지다. 그는 이날 부동산 정책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주도적인 정책을 준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인수위 부동산 태스크포스(TF)에서 부동산 정책 마련과 관련해 “인수위는 정책을 결정하는 곳이 아니라 이전 정부의 정책들을 파악하고 새로운 정부의 정책에 대해 여러 가지를 탐색해본 뒤 결과를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에 보고서로 제출하는 것으로 임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에서 국정과제를 마련한 뒤 입각 이후 결정된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도 경제2분과 간사로서 탈원전 등 산업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것의 연장선에서 주무 장관의 업무 준비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내정 전인 경제1분과 최 간사와 김 위원은 추경의 핵심인 손실보상안 마련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최 간사는 차기 금융위원장으로서 대출지원책의 규모와 효용성을 세밀하게 검토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위원은 차기 경제수석의 입장에서 윤 후보가 공약한 ‘취임 100일 내 코로나 긴급 구조 프로그램 가동’과 관련한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 핵심 인사들이 속속 내각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인수위 업무에 급격히 힘이 빠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후보자들은 인사 청문회를 준비하면서도 인수위와 부처 업무 모두를 충실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추 후보자는 서울경제에 “당분간 병행하며 모두 차질이 없도록 챙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