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1일 국회 화상 연설을 통해 전쟁 참화를 국내에 전하며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회 화상 연설은 이날 약 15분간 국회 도서관 대강당에서 진행됐다. 그는 “국제사회가 러시아를 변화하도록 해야 한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군대를 철수하고 국경을 지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설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인도적 위기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힘을 합친다는 의미를 가진다. 앞서 이광재 외통위 위원장은 화상 연설 개최 사실을 전하며 “우크라이나가 빨리 평화적 상태가 되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러시아 내 우리나라 기업 보호를 위한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구체적인 지원 방법으로 경제 제재와 군사 장비 지원을 언급했다. 그는 “국제사회에서 수많은 경제 제재가 도입됐지만 러시아는 멈출 생각을 않고 있다”며 “앞으로 다른 국가의 기업들은 러시아와 협력을 완전히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러시아의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군사 장비가 한국에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맞설 수 있도록 대한민국에서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모든 시민들이 평화롭게 살 권리가 있고 모든 사람들은 전쟁으로 죽지 않을 권리가 있다”며 “이런 것을 위해 함께 러시아에 맞서기를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연설 후반부에서 마리우폴에서 벌어지는 러시아군의 공격에 대한 동영상을 소개하기도 했다. 동영상에서는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부상당해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졌다. 그는 동영상이 끝나자 “바로 러시아의 행위”라며 “우리를 도와달라”고 재차 지원을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영국 의회 연설을 시작으로 연일 주요국 화상 연설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각국의 역사적 배경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사태를 연관시켜 지원을 호소하며 감동을 이끌어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영국 의회 연설에서 윈스턴 처칠 전 총리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했던 연설을 인용하며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로부터 “그가 모두의 마음을 흔들었다”는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 밖에도 미국 연설에서는 9·11 테러 사건, 독일에서는 베를린장벽 붕괴, 일본에서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해 연설이 끝난 뒤 기립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번 연설에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전쟁의 역사를 언급했다. 그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전쟁을 한 번 겪었고 수많은 민간인들이 목숨 잃었다. 하지만 한국은 이겨냈다”고 말했다. 이어 “그때는 국제사회가 많은 도움을 줬다”며 우크라이나를 향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지도부도 응원 대열에 합류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대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러시아는 민간인을 잔인하게 학살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에 대해 국제사회와 함께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