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시중은행들이 애초 계획보다 기업 대출을 더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자 대기업도 회사채 발행 대신 한도성 여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서다. 실제로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대기업 중심의 대출 성장이 이뤄졌다. 특히 NH농협은행의 1분기 기업 대출 가운데 31.5%가 대기업 대출이다. 여기다 코로나19 피해기업에 대한 4차 만기연장·상환유예로 개인사업자 대출의 증가세도 한몫했다. 은행권에서는 2분기에도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여 상반기 과속에 대한 우려를 하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의 올 1~3월 기업 대출(대기업·중소기업·개인사업자) 증가액은 총 18조 194억 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이 석 달 만에 4조 9833억 원이나 증가했다. 이어 하나(3조 6598억 원)·NH농협(3조 5202억 원)·우리(3조 2953억 원)·신한(2조 5608억 원) 순이었다. 2월 중순 각 은행들이 밝힌 분기 목표를 웃도는 수준이다. 1분기 기업 대출 달성률은 가장 보수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던 하나은행이 265.6%로 선두에 섰다. NH농협(198.0%)·KB국민(191.6%)·우리(138.2%)·신한(103.6%)이 그 뒤를 이었다. 은행 관계자는 “영업일수 등 계절적 요인이나 대통령선거 등 불확실한 변수를 고려한 분기별 배분액은 각기 다르지만 기업 여신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당분간 이런 추세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2분기 기업의 대출 수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경기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유동성 확보 수요, 기업 대출금리와 회사채 금리 스프레드 축소에 따른 대출 유인 강화 등으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다만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은 “기업의 신용 위험은 대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 지속과 일부 취약 업종 및 영세 자영업자의 채무 상환 능력 저하 등으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금융 당국 역시 기업 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