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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료수입 1위 中 봉쇄에 제약업계 비상

대부분 의약 원부자재 수입 의존

현재 3~4개월치 재고 확보했지만

공급 막히면 줄줄이 생산 차질

대체국 인도선 가격인상 조짐까지

국내기업 혜택 줘 자급체제 당겨야

코로나19 감염자 임시 격리시설로 바뀐 중국 상하이의 신국제전람회장에서 9일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코로나19 감염자 임시 격리시설로 바뀐 중국 상하이의 신국제전람회장에서 9일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유행으로 상하이 등 중국 일부 지역의 봉쇄가 길어지면서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의약품 원부자재 수급에도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제약업계와 공급망 다변화, 국내 대체 생산 등 대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국내 의약품 원료의 중국 의존도가 큰 만큼 봉쇄가 장기화하면 합성의약품 생산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상하이 봉쇄가 2주째 이어지며 현지에 공장을 뒀거나 중국으로부터 원부자재를 수입하는 제약업체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對) 중국 의약품 원부자재 수입 의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의약품·화장품 수입액은 10억 1759만 7000달러(약 1조 2600억 원)로 독일, 미국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특히 원료의약품 수입액은 중국산이 6억 8014만 8000달러(약 8400억 원)으로 모든 나라를 통틀어 가장 많았고, 전체 원료의약품 수입액 20억 155만 4000달러(약 2조 4700억 원) 중 34%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당장은 중국 정부가 의약품 생산 공장을 필수시설로 분류하면서 공장 가동을 중단하지 않았고 국내 업체들도 3~4개월치 재고를 쌓아둬 큰 타격은 없는 상황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의약품 공장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시설이라고 생각해 공장을 가동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현지 기업이 있는 지역은 대부분 아직 봉쇄되지 않았지만 봉쇄 지역이 저장성, 랴오닝성, 허베이셩, 산둥성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데다 상하이가 봉쇄되며 물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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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우려되는 상황은 봉쇄 장기화다. 중국에서 들여오는 합성의약품 원료는 물론 코팅제, 캡슐제 등 부자재도 수급이 어려워져 생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전 세계 합성의약품 원료의 약 60%가 중국과 인도에서 나온다. 협회 관계자는 “당장 감기약부터 고혈압·고지혈증약과 같은 대사성 질환 치료제 원료 수급에 문제가 생길 조짐이 보이고 있다”면서 “정제(알약)을 코팅하는 코팅제 등 부자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정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대체 국가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원료의약품 인플레이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에서 합성의약품 원료 생산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인도가 부족한 공급을 무기로 가격 협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일본 등 다른 나라로 원부자재 수입국 변경을 하려고 해도 변경부터 원부자재를 들여오기까지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협회 관계자는 “인도에서도 중국 원료를 일부 수입해 중간재를 만들기 때문에 원료 수급에 문제가 생기면 가격이 올라간다"며 “인도 기업들은 이미 가격 협상을 다시 하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환율 급등, 상하이 봉쇄로 인한 의약품 원료 수급 차질 등이 최종 의약품 가격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 의약품 원부자재 수입 의존도를 줄여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기준 완제의약품은 31.2%, 원료의약품은 63.5%를 수입 의존율이 높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올해처럼 국제적인 이슈로 의약품 공급이 불안해지는 상황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다른 나라들의 원부자재 무기화를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생산 업체들에게 혜택을 주고 자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약품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해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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