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hy의 프레시 매니저(옛 야쿠르트 아줌마)들이 몰고 다니는 전동카트 ‘코코’ 안에는 의외의 물건이 들어 있다. 바로 면도기다. 면도기 및 면도날 정기 배송업체인 와이즐리와 시범 사업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달부터 면도기 배송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hy 관계자는 12일 “사업 방향을 다양하게 모색 중"이라며 "프레시 매니저를 활용해 전동카트에 들어가는 물건이면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고객에게 배달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 50여 년 간 유제품 중심 비즈니스를 전개했던 hy가 유통·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 다지기에 한창이다. 자체 배송시스템을 갖추지 않은 업체를 대상으로 배달을 대행하는 ‘프레딧 배송서비스’를 올해부터 본격 가동해 식품을 넘어 타사 공산품까지 배달 품목을 늘리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들이 지난달 2일부터 4월 초순까지 와이즐리 면도기를 배달한 건수는 5500건이다. 일 평균 200~300건 수준이다. 이달까지 시범 배송을 진행 중이며 와이즐리와 정식 계약이 이뤄지면 일 평균 2000건, 월 4만건 이상 수준으로 배달이 늘 것으로 보고 있다.
야쿠르트 아줌마로 알려진 hy소속 프레시 매니저들은 그 동안 신선식품 위주로 배달을 해왔다. hy의 야쿠르트·밀키트나 이유식·채소·죽 등 다른 식품 회사의 일부 제품 정도를 취급했다. 하지만 주력 사업인 발효유 시장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산업 전반에 걸쳐 물류·배송 경쟁력 확보가 중요해지자 hy는 기업간거래(B2B) 배송 제휴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배송을 맡길 화주사가 주문량에 맞춰 hy물류소에 제품을 입고하면 이를 소분해서 전국 프레시 매니저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구조다.
이를 위해 hy는 올해 초 프레딧 배송서비스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와이즐리에 이어 추가 제휴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hy관계자는 “금융사와 제휴해 신용카드 등을 배달하는 것을 추진 중”이라며 “전동 카트에 들어갈 소형화물을 취급하는 회사가 모두 잠재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hy의 제휴 배송망의 최대 강점은 프레시 매니저들이다. 현재 전국 1만1000명에 달하는 이들은 평균 활동기간이 12년에 육박해 일반 택배기사보다 고객과의 유대감이 현저히 높다. 물류업체들에 취약지역으로 꼽히는 도서 벽지 산간에서도 활동해 주문자 맞춤형 배송은 물론, 재고관리, 원활한 고객 응대가 가능하다.
hy는 화물 취급량을 늘리기 위해 신규 물류센터 건립도 진행중이다. 2024년까지 1170억원을 투자해 논산시 동산일반산업단지에 2만4793㎡(약 7500평) 규모로 물류 인프라를 구축한다. 김병근 hy 경영기획부문장은 “인공지능(AI)기반 물류 플랫폼 구축에도 박차를 가하는 등 유통전문기업으로 전환을 위해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