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美 덮치는 '인플레 쓰나미'…월가 "지금은 리세션 아닌 워세션"

[세계경제 퍼펙트 스톰 공포]

■ 美 3월 CPI 40년만에 최고

러 침공·中 봉쇄·임대료 상승 겹쳐

백악관 "3월 이례적 급등" 물타기

美 인플레 3~4월 정점 분석에도

4분기까지 5.7% 수준 유지 전망

달러인덱스도 100까지 치솟아

연준 2회 연속 '빅스텝' 가능성

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휘발유값 상승이 3월 CPI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연합뉴스국제 유가 급등에 따른 휘발유값 상승이 3월 CPI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연합뉴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하루 앞둔 11일(현지 시간) 헤더 부셰이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이 미 경제 방송 CNBC에 “미국 경제는 매우 강하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에도 기업과 가계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러시아가 에너지 시장에 문제지만 우리에게는 전략비축유 방출 같은 대응 도구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높은 인플레이션을 충분히 견뎌낼 수 있다는 뜻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3월 물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가격 상승에 이례적으로 급등한 것”이라며 물타기를 했다.

백악관 인사들이 고물가와 관련해 전방위적으로 여론 몰이에 나선 것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가가 급등해 3월 초에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았다. 2월 CPI는 전년 대비 7.9%나 치솟았지만 여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가와 원자재·식량 가격 상승이 반영되지 않았다. 3월에는 전쟁 여파에 더해 중국 록다운(봉쇄)에 따른 공급망 불안과 미국 내 인력난 등이 겹쳤다. 시장에서 ‘퍼펙트 스톰’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베테랑 투자 전략가인 데이비드 로슈는 “보통의 경기 침체는 생산과 수요·인플레이션이 감소하지만 전쟁 중에는 생산물이 감소하면서 비용과 인플레이션이 상승한다”며 지금의 상황을 경기 침체(recession)가 아닌 ‘워세션(war-cession)’이라고 규정했다.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하고 있지만 서방의 대러 제재에 따른 석유와 가스·금속·식량 공급 감소가 전 세계의 생산과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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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에서는 최근 상하이 봉쇄에 따른 수요 감소 우려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94달러 수준으로 내려온 만큼 3~4월이 인플레이션 정점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1일 현재 갤런당 4.33달러였던 미국의 전국 평균 휘발유값은 이날 기준 4.11달러로 떨어졌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났다고 하더라도 치솟는 임대료와 임금 상승에 올해 말, 내년 초까지는 연준의 정책 목표(평균 2%)를 최소 2~3배 웃도는 고물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코노미스트들의 4분기 평균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5.7%다. 다이앤 스웡크 그랜트손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서플라이 체인 문제가 사라지지 않았으며 물가 상승이 상품에서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며 “중고차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고 임대료 상승세가 1990년대 초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우려했다.

이 중 임대료는 CPI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요소다. 최근 미국 내에서는 계약 갱신 시 렌트비 20~30% 인상을 요구받았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증권사 제프리스의 톰 시몬스 머니마켓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도 임대료 같은 거주 비용이 계속 오를 것”이라며 “CPI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임대료 등이 전년 대비 4.6%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인플레이션도 고공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높은 인플레이션 우려 속에 국채금리가 계속 상승하면 연준도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수십 년 내 최고치로 오른 인플레이션이 내려오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연준은 올해 금리 인상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도 비슷하게 반응하고 있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2.8%를 돌파한 데 이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100을 돌파했다. 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 속에 달러 강세가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채권 금리는 지금 급격한 상승의 중간쯤에 있다”고 추가 상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시장은 유동성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를 보고 있다”고 예고했다. 무제한 유동성이 공급되던 세계가 긴축의 시대로 탈바꿈하면서 돈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그것이 채권시장이 반응하고 주식이 조정을 받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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