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절차와 명분 모두에서 외면 받고 있다. 검찰 개혁을 지지하던 진보 진영에서도 반대 입장이 잇따르고 있다. 2021년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되지 못한 상황에서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입법을 충분한 논의와 협의 없이 강행하며 거센 후폭풍에 휩싸이는 모습이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2일 논평에서 “검찰 개혁은 계속돼야 하나 국민에게 불편을 끼쳐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에 대해 에둘러 반대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검찰 개혁의 뜻을 함께해온 민변이 반대 입장을 밝힌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민변은 “검수완박이 아무리 올바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검토가 필요하다”며 “방향이 옳고 명분이 있다고 해도 충분한 검토와 대안의 마련 없이 진행되면 국민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변은 검수완박과 관련해 △경찰의 수사 능력과 통제 장치는 충분한가 △사건 관계인들의 불만·불평은 없는가 △검찰이 수행해온 6대 범죄를 경찰·공수처가 수행할 시 수사 공백을 채울 대안이 있는가 △공수처가 있음에도 중대범죄수사청이라는 전문 수사 기관 설립이 필요한가 등에 대한 평가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날 오후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검찰개혁 관점에서 본 ‘검수완박’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어 검수완박 입법 추진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았고 검경 간 협조체계 부재 등 여러 문제점이 드러난 지금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안착시키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전국 최대의 변호사 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도 이종엽 회장의 지시로 이날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다양한 성향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변협이 이번 사태에 의견을 내는 것과 관련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의견이 있었지만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변협은 “이미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검경 수사권 조정과 동일한 방향성을 갖고 불과 1년여 만에 검찰 개혁 완수를 기치로 극단적인 검수완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상당 기간 형사 사법 시스템에 큰 공백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변협은 사태를 살펴본 뒤 전국 지방회장단과의 공동 성명, 집회, 시국 선언, 학계와의 연대 등 대응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