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제프리 건들락






미국 나스닥지수가 4% 이상 치솟으며 코로나19 상흔을 잊으려던 지난해 3월 9일. 월가의 ‘신(新)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창립자는 찬물을 끼얹는 발언을 했다. 그는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이 연 3%에 이를 수 있다”며 2000년대 초반에 버금가는 ‘제2의 닷컴 버블’을 경고했다. 이어 7월에는 쌍둥이 적자(무역·재정 적자) 급증으로 달러화 가치가 추락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건들락의 예언 1년 만에 국채는 요동치고 달러와 주식은 버티고 있지만 방향이 언제 바뀔지 모른다. 시장은 건들락의 예측이 또 들어맞을 가능성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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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 뉴욕에서 태어난 건들락은 어릴 적부터 ‘수학 영재’로 통했고 다트머스대에서 수학·철학을 전공해 수석 졸업했다. 이어 예일대에서 수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자퇴했다.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의 자산운용 자회사 TCW의 채권 매니저로 일하며 모기지증권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2009년 TCW를 떠나 더블라인을 만든 건들락은 2년 반 만에 운용 자산을 500억 달러까지 늘렸다. 그럼에도 20년 넘게 채권왕을 지킨 빌 그로스 핌코 창립자에 가려 2인자에 머물렀다. 전세가 역전된 것은 2013년. 그로스가 패닉장에서 큰 손실을 입은 반면 건들락은 정확한 금리 예측으로 대박을 터뜨린다. 그로스가 내분으로 핌코를 떠나자 건들락은 ‘신채권왕’이 됐다. 건들락의 재산 규모는 지난해 4월 기준 22억 달러로 포브스 집계에서 미국 내 378위에 올랐다. 현재 더블라인의 운용 자산은 1500달러에 달한다.

건들락이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인플레이션 통제에 실패했다. 진작 공격적 금리 인상을 강행했어야 한다”며 당국을 비판한 뒤 지금이라도 빠른 긴축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시장에서는 “가장 큰 위험이 연준의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비등하다. 이를 반영해 5·6·7월 미국의 연속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 관측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총재 부재 중에도 기준금리를 올렸지만 미국의 긴축 시계가 빨라지는 만큼 통화정책에서 실기하지 않도록 대처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 경제팀도 긴축 후폭풍을 막기 위해 정교한 폴리시믹스(정책 조합)를 준비해야 한다.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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