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24시]尹 당선 후 부활하는 한미동맹

이춘근 국제정치 아카데미 대표

국가안보마저 여야로 나뉘어 대립

진보 정권땐 한미동맹 있으나마나

보수 야당 후보 대통령 당선되자

잇단 北 도발에 한미 긴밀한 공조





1953년 10월 1일 미국 워싱턴에서 체결된 한미 상호방위조약으로 인해 한국과 미국은 동맹국이 됐다. 많은 한국 사람들은 동맹이란 친한 나라가 맺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동맹은 친한 나라가 아니라 적을 공유하는 나라들이 맺는 것이다. 즉 동맹이란 ‘공통의 적’을 가진 나라들이라면 그들 사이의 관계가 좋든지 나쁘든지 관계없이 체결될 수 있는 국제적 안전보장 장치인 것이다. 예를 들면 2차 대전 당시 미국은 소련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치 독일을 상대하기 위해 소련과 동맹을 맺었다. 소련 역시 미국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더 시급한 적국 독일을 상대하기 위해 전혀 친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미국과 동맹 관계를 맺었던 것이다. 또 많은 한국인들이 동맹의 개념을 대단히 넓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동맹이란 같은 편에 서서 함께 전쟁하자는 약속이다.



한국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후 오랫동안 양호한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한미 동맹은 노무현 대통령 당시 급격히 무너지게 됐고 문재인 대통령 재임 시에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이 돼버렸다.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으며 한미 방위조약도 폐기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한미 동맹이 사실상 폐기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노 대통령 재임 시, 그리고 문 대통령 재임 시 두 정부는 북한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반면 미국은 북한을 지속적으로 적이라고 생각했었다. 즉 한미 양국은 ‘공통의 적’이 없는 상태가 됐던 것이다. 동맹의 필수 요건이 소멸돼버렸는데 어떻게 동맹이 유지됐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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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과 야당이 아무리 정책적인 차이가 많다고 할지라도 국가 안보에 대해서만큼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나라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늘의 대한민국은 안보에도 여야가 있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될 때마다 북한은 주적이 아닌 나라로 탈바꿈했고 그 결과 한미 동맹은 있으나 마나 한 동맹이 되고 말았다. 이들 좌파 정권이 만약 힘이 강했다면 혹은 대단히 용감했다면, 재임 기간 중 한미 동맹을 폐기시켜버렸을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을 위해서는 다행스런 일이었지만 역대 좌파 정권들은 한미 동맹을 폐기할 수 있을 정도로 용감하지도 못했고, 힘도 없었으며, 유능하지도 못했다. 미국은 한국에 좌파 정권이 재임하는 기간 동안 뚝심으로 버텼다. 한국 좌파 정부의 항의에도 아랑곳없이 북한에 대한 제재를 감행했고 무력시위도 단행했다.

2022년이 시작되자 마자 북한은 열정적으로 도발하기 시작했다. 1월 한 달 동안에만 7회에 걸쳐 11발이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문재인 정부는 대응하지 않았고 미국 역시 대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2월 27일과 3월 5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 수위를 높였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이 장거리 미사일이라는 사실을 알리려 하지도 않았다. 3월 9일 대선에서 보수 야당의 후보가 당선됐다.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3월 15일 북한의 행동을 응징하기 위한 군사작전을 개시했다. 주한미군이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 훈련을 공개했고 필리핀 해역에 있었던 핵 항모 에이브러햄링컨호 함재기들이 서해 바다까지 날아와서 북한의 2월 27일과 3월 5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응징했다.

이에 분노한 북한은 3월 16일 다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으나 발사 직후 공중폭발했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북한 미사일 발사 실패가 미국의 사이버 공격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 북한의 도발에 한미 양국은 F-35 스텔스 전투기 수십 대가 활주로에 도열해 천천히 움직임으로 북한을 전율에 떨게 하는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 훈련을 전개했다. 달라진 것은 대통령의 소속 정당뿐인데 북한에 대한 대응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한미 동맹이 급속히 부활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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