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내 안에 신세계 있다"…'적과의 동침' 택한 현대

◆현대아울렛 가산점에 신세계 오프 프라이스 입점

자체 브랜드 '오프웍스' 있지만

경쟁사 점포 '팩토리 스토어' 들여

가산점, 영업익서 위탁 수수료 받아

低마진 아울렛 특성상 전략적 판단

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입점한 팩토리 스토어/사진=대구신세계신세계백화점 대구점에 입점한 팩토리 스토어/사진=대구신세계




신세계(004170)의 오프 프라이스(Off Price) 브랜드인 ‘신세계 팩토리 스토어’가 오는 5월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신규 출점한다. 흥미로운 점은 매장이 들어설 장소가 현대백화점(069960)이 운영하는 현대시티아울렛이라는 점이다. 현대백화점의 오프 프라이스 점포인 ‘오프웍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경쟁사 브랜드를 들이는 결정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팩토리 스토어는 5월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에 새 점포를 낸다. 현재 오픈을 앞두고 매장 인력 채용이 진행되고 있다.




오프 프라이스는 명품 패션과 생활용품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유통 업체가 직접 매입해 소비자에게 파는 것을 통칭하는 용어다. 2000년대 초 미국에서 시작된 업종으로 이월 상품 할인율은 보통 최초 판매가 대비 30~80%로 기존 아울렛 할인율(30~50%)보다 높다. 신세계는 2017년 관련 사업을 시작해 매장을 13개로 늘렸고 현대는 2019년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에 오프웍스를 처음 선보인 뒤 총 세 곳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백화점도 해외 명품 병행수입 편집 매장 ‘탑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는 시즌 상품을 할인 판매한다는 점에서 오프 프라이스 시장은 신세계와 현대의 경쟁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명품 선호가 짙어진 데다 높은 할인율이 ‘지난 시즌’이란 단점을 상쇄하면서 백화점들은 오프 프라이스 매장 확대에 주력해 왔다. 팩토리 스토어는 지난해 50%의 매출 신장률(전년 대비)을 기록했고 오프웍스도 70% 대의 매출 성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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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인 매장 수가 적은 오프웍스는 올해 현대에서 운영하는 8개 아울렛을 중심으로 점포를 늘려나간다는 계획이었다. 현재 오프웍스가 들어선 현대의 아울렛은 동대문, 가든파이브(이상 현대시티아울렛), 송도(현대프리미엄아울렛) 등 세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산점에 오프웍스 아닌 팩토리 스토어의 입점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위탁운영’이라는 가산점의 특수성 때문에 이번 결정이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8개 아울렛 중 가산점은 유일하게 위탁운영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주)한라와 위탁운영 계약을 맺고 구 한라하이힐 아울렛을 ‘현대아울렛 가산점’으로 바꿔 문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한라와 2030년 2월 10일까지 가산점의 경영관리계약을 맺은 상태다. 비록 ‘현대’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아울렛 영업이익의 약 10%를 위탁 운영 수수료로 받는 상황인 만큼 자사 브랜드 유치보다는 사업적 판단에서의 MD(상품 기획) 개편이 단행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저 마진’이라는 아울렛 사업의 특성까지 더해져 ‘내 식구들이기’보다는 ‘적과의 동침’이라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MD 경쟁력 제고를 위한 여러 결정 중 하나”라며 “가산점과 별개로 오프웍스의 추가 출점은 지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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