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결사항전’ 택한 마리우폴…젤렌스키 "돈바스 절대 포기 못해"

제철소서 은신 '마지막 저항'

어린이 등 민간인들도 포함

"돈바스 점령땐 키이우 노릴 것"

젤렌스키 '협상카드' 주장 일축

한 우크라이나 남성이 17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주거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한 우크라이나 남성이 17일(현지 시간)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주거 건물 앞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14일(현지 시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14일(현지 시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타스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요충지인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이 러시아군의 최후통첩을 거부하고 결사항전을 택했다. 2900명으로 추산되는 우크라이나 병력이 러시아군에 포위된 도시의 제철소를 거점으로 삼아 마지막 저항에 나선 가운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주요 목표로 여겨지는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을 결코 내주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당분간 평화협상 진전 없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전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현지 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공격을 피해 약 11㎢ 규모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은신해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오후 1시까지 무기를 내려놓는 이들의 목숨은 보장될 것이라며 항복을 요구했지만 우크라이나군은 결사항전을 택했다. 러시아군은 제철소에 우크라이나군 2500명과 외국인 의용병 400명이 물과 식량 없이 버티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마리우폴 경찰 당국은 제철소에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도 다수 숨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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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마리우폴 함락은 사실상 시간 문제로 보인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이날 미 CBS에 출연해 “(마리우폴의) 우크라이나군과 시민들이 러시아군에 포위됐다”며 “러시아군은 어떤 수를 쓰더라도 도시를 파괴하기로 결정한 것처럼 보인다”고 우려했다. 18일 영국 BBC에 따르면 페트로 안드리우슈첸코 마리우폴 보좌관은 텔레그램을 통해 러시아군이 남은 시민들을 검열하기 위해 이동 허가증을 발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름반도와 돈바스를 잇는 요충지로 개전 직후부터 러시아군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개전 전 45만 명이었던 인구 중 현재 도시에 남은 이들은 10만 명 남짓으로 추산된다.

러시아의 돈바스 총공격 이전 단계로 분석되는 마리우폴 함락이 임박한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미 CNN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끝낼 목적으로 돈바스 지역을 포기할 의향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가 돈바스 장악을 주된 목표로 삼은 만큼 돈바스를 평화협상 카드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나왔지만 이를 일축한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돈바스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러시아가 돈바스를 함락할 경우 수도 키이우 점령을 시도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쟁 종식을 위해 러시아와 협상할 준비가 돼 있지만 러시아의 지속적인 공격이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 CNN에 따르면 세르히 하이다이 루한스크 주지사는 18일 자신의 텔레그램에 “러시아군이 엄청난 양의 장비를 갖추고 시내로 진입했다”며 “공격이 시작돼 현재 루한스크시의 크레미나 시에 대한 통제권을 잃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이다이 주지사는 러시아군이 민간인 대피 차량을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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