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아침에] 긴축과 구조조정

안의식 논설위원

긴축은 경제주체에 고통 주지만

구조조정 동반땐 경쟁력 강화돼

한계기업 목숨 연장 조치 없애고

비대해진 공공부문도 축소해야





바야흐로 긴축의 시대다. 물가가 금리 인상과 긴축의 불을 지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퍼부어졌던 유동성을 채 회수하기도 전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발생하면서 또다시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투입됐다. 여기에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에너지 위기가 겹치면서 물가 급등을 불렀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올해 4월까지 0.25%포인트씩 모두 네 차례 금리를 올렸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지난해 8월 전 0.50%에서 1.50%가 됐다. 미국 역시 올 3월부터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올 연말 기준 2.25~2.50%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양적 긴축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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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과 긴축은 주식·부동산 시장의 하락과 부채 축소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경제주체들의 혹독한 고통이 뒤따른다. 그러나 이러한 고통의 과정이 각 분야의 썩고 부실한 부분을 도려내고 새살이 돋도록 하는 구조조정을 동반하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먼저는 기업 구조조정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부실징후’ 상장사 비율이 2009년 30.4%에서 2020년 39.4%로 늘었다. 국내 외부감사 대상 기업 중 이러한 부실징후 상태가 3년 이상 지속된 ‘한계기업’은 2020년 기준 15%(3465곳)에 달한다. 이러한 한계기업은 시장 논리에 따라 퇴출돼야 하지만 정부 지원 등으로 연명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계기업은 정상 기업으로 가야 할 인력과 자본을 붙잡고 있을 뿐 아니라 정부 지원 등을 무기로 저가수주·저품질 등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해쳐 동종업계의 건강한 기업마저 부실하게 만들면서 산업 전반의 생산성을 떨어트릴 우려가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연장, 상환유예 등의 정부 지원 조치로 이러한 한계기업은 더욱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8일부터 시작된 거리 두기 완전 해제로 2020년 4월 이후 네 차례 연장되면서 지속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만기연장과 원리금 상환유예는 더이상 지속할 명분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9월 말로 이 같은 지원 조치는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올 1월 말 기준 이 지원 조치의 혜택을 받는 해당 대출 잔액은 133조 4000억 원에 이른다. 따라서 만기연장 지원 조치가 종료되면 한꺼번에 부실이 터져나올 수 있다. 금융권의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강조했던 차주별 상담 강화, 상환 기간 연장 등 ‘질서 있는 정상화’를 다시 강조하되 회생불능기업을 상대로 목숨만 연장시키는 조치는 중단해야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 후보자가 강조했던 대로 팬데믹 과정에서 한계기업에 투입된 자원들이 새로운 성장 동력 및 신사업 육성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은 공공 부문 구조조정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비대해진 공공 부문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 ‘공공 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을 내세우며 정부가 ‘모범 고용주’가 돼 공공 부문 일자리를 대량 창출하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 전체 공무원 정원이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04만 9030명에서 2021년 말 115만 6952명으로 10만 7922명 늘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시장형·준시장형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 공공기관 등 350곳의 임직원 정원은 44만 3570명으로 문재인 정부 출범 전인 2016년 말 32만 8479명에 비해 35%가량 늘었다. 비대해진 정부 조직은 공공 부문의 비효율 증대, 규제 강화, 민간 활력 저하로 이어진다. 늘어난 인건비는 곧바로 국민의 부담 증가로 연결된다. 지난해 중앙정부 공무원 인건비는 40조 2000억 원으로 사상 처음 40조 원을 넘었다.

국민 안전 등 필요한 분야의 공공 부문 정원은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자리만을 위한 공공 부문 증원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 비효율과 부담만 늘린다. 문재인 정부 들어 늘어난 공공 부문 정원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원상복구시켜야 한다. 더 나아가 공공 부문 효율화를 위해 공무원과 공공기관 인원의 축소, 공공기관 조직 축소 등도 검토해야 한다.


안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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