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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아우슈비츠에 제 발로 돌아간 유대인

/이미지투데이/이미지투데이




매년 4월 20일이 되면 아내와 나는 결혼한 날을 기념한다. 그날은 히틀러의 생일이기도 하다. 우리는 아직 여기 살아 있고, 히틀러는 저기 땅속에 있다. 저녁 시간에 텔레비전 앞에 앉아 과자를 곁들여 차 한잔을 할 때면, 내가 정말로 운이 좋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최고의 복수이자 내가 하고 싶은 유일한 복수다.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에디 제이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 2021년 동양북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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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제이쿠는 죽음의 수용소 ‘아우슈비츠’에 강제수용되었던 유대인이다. 자신의 부모가 어디 있는지 묻는 그에게 나치 장교는 말한다. “저기 위에 연기 보이지? 저기가 바로 네놈 아버지가 간 곳이다. 네놈 어머니도 그렇고. 가스실로 그리고 그다음엔 화장터로.” 에디 제이쿠는 기계수리 기술이 있어 ‘쓸모’가 있다는 이유로 계속 죽음의 선고가 연기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계속 여기 있다가는 한줌의 연기가 되리라는 것을. 어느 날 그는 필사의 탈출을 감행해 아우슈비츠 담장 밖으로 벗어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수용소 죄수복을 입고 팔과 등에 문신이 새겨진 채로는 어디로도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한 민간인의 집 문을 두드려 도와달라고 호소한다. 민간인은 말없이 집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소총을 들고 나와 쏘기 시작했다. 종아리에 총알탄이 박혔다. 그는 알아차렸다. 이 옷과 몸으로는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구나. 온 세상이 아우슈비츠였구나. 그리하여 그는 다시 아우슈비츠 담장 안으로, 아무도 자신이 나갔다 돌아왔다는 것을 모르게 되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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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제이쿠는 이런 참혹한 일을 겪고도 끝내 살아남았다. 그의 결혼기념일은 4월 20일, 히틀러의 생일과 같다. 히틀러는 인류 최악의 독재자로 죽었고, 에디 제이쿠는 가족과 이웃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0세 노인’이란 별명으로 불리며 102세까지 행복하게 살았다. /이연실 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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