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42년 추억 담긴 노가리골목 노포 '을지OB베어' 결국 강제철거

1980년 문 열고 노가리골목 형성 이끌어

중소벤처기업부로 '백년가게' 지정

서울시 노가리골목 일대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키도

명도소송 분쟁 등 6번째 강제집행 끝에 철거

법원에서 고용한 용역들이 21일 오전 4시 20분경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에 위치한 을지OB베어에 대한 강제집행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법원에서 고용한 용역들이 21일 오전 4시 20분경 서울 중구 을지로3가에 위치한 을지OB베어에 대한 강제집행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의 터줏대감 격인 노포(老鋪) '을지OB베어'가 6번째 강제집행 끝에 결국 철거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백년가게’로까지 지정됐던 42년 만에 철거되면서 ‘을지OB베어’란 공간은 시민들의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추억의 장소로 남게 됐다.

21일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에 따르면 법원 등이 고용한 용역 등 100여 명은 이날 오전 4시 20분께 을지OB베어 강제집행에 나섰다. 용역 직원들은 1시간여에 걸쳐 을지OB베어 간판을 끌어 내리고 내부 집기류도 모두 빼냈다.

철거 당시 을지OB베어 내부에는 강제집행에 대비해 매일 3∼4명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으며, 이들은 용역이 들어오자 거세게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 가족 1명이 다치는 상황도 발생했다.

시민단체 회원과 주변 상인 등 30여 명은 이날 오후까지 을지OB베어 입구 앞 바닥에 줄지어 앉아 항의했으며, 용역 10여명도 활동가들이 가게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가게 앞을 지켰다.



세입자 을지OB베어와 건물주 간 분쟁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을지OB베어는 1심과 2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면서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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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올해 1월 노가리골목의 만선호프 사장 A씨 측이 을지OB베어가 입점한 건물의 일부를 매입하면서 건물주가 됐다고 한다.

만선호프와 을지OB베어 측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고, 을지OB베어가 그간 강제집행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계속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상호 합의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돌연 만선호프 측에서 을지OB베어 소유 부지에 화장실을 새로 지을 공간을 요구하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는 것이 을지OB베어 측 주장이다.

1980년 문을 연 을지OB베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등록된 노포다. OB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가 모집한 프랜차이즈의 1호점으로 시작해 창업주의 딸 강호신씨와 사위 최수영씨 부부가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을지OB베어가 문을 연후 골목 일대에 비슷한 가게가 하나둘 생겨나면서 을지로 '노가리골목'이 형성됐으며, 2015년 서울시는 노가리골목 일대의 보전 가치를 인정해 노가리 골목 전체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와 주변 상인들은 을지OB베어 정상화 등을 촉구하며 이날부터 가게 앞에서 기자회견과 문화제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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