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게임 속 세상에 들어가는 걸 상상한다. 거대한 장애물을 피하고, 내 손으로 괴물을 때려잡은 끝에 엄청난 상금을 획득하는 상상이다. 그러나 상상이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 엄청난 공포가 찾아온다. 선택하지 않으면 죽음인, 영화 '추즈 오어 다이'다.
넷플릭스 영화 '추즈 오어 다이'(감독 로비 매킨스)는 주인 없는 상금의 유혹에 솔깃해진 두 친구가 정체 모를 80년대 비디오게임을 재작동시킨 뒤, 차원이 다른 공포로 얼룩진 비현실적인 세계로 들어서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케일라(아이올라 에반스)는 우연히 게임 커서를 발견한다. 게임을 건드리지 않았는데, 화면에 저절로 답변이 입력되고 자신의 선택이 현실에서 이뤄지는 걸 목격한 케일라. 자신의 선택으로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씩 고통에 빠지는 상황에 충격을 받는다.
친구인 아이작(에이사 버터필드)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고, 이들은 동시에 커서의 초대를 받는다. 연이은 선택 속에서 아이작은 사망하고 케일라는 최종 스테이지에 들어간다. 최종 스테이지를 완료하면 게임은 플레이어를 자격자로 판단한다. 계속해서 다른 사람을 괴롭힐 선택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자격이다. 선택하지 않으면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희생과 죽음 앞에서 케일라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작품은 80년대를 배경으로 비디오 게임 이미지를 차용한다. 화려한 CG가 아닌, 단순한 그래픽이 주는 심리적 공포를 이용한 것이다. 그간 게임 속으로 들어가 직접 플레이하는 작품은 다수 나온 바 있으나 '추즈 오어 다이'는 사뭇 다르다. 화려한 플레이 보다 한 줄의 문장으로 다른 사람을 다치거나 죽게 만들 수 있다. 움직임이 적은 게 특징이다.
기교 없는 화면이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메시지는 거대하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칠 권리는 누가 주느냐"다. 처음에 자신으로 인해 다른 사람이 다치는 걸 본 케일라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계속해서 타인의 희생을 선택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변해버린 케일라를 통해 얼핏 보면 타인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력으로 보이지만, 결국 저주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
작품은 선택의 연속인 인생의 축소판처럼 보이기도 한다. 우리는 끊임없는 선택 속에서 살고 있다. 또 이 선택이 결국 누군가를 다치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무심코 던진 말이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떻게 돌아갈지 생각하게 만든다.
킬링타임 영화로 좋은 작품이다. 화려한 연출이나 CG는 없지만, 잔잔히 흘러가며 내면의 고통이 공포로 표출된다. 시간의 압박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시점을 따라가다 보면 긴장감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형태다.
◆ 시식평 -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지 함께 고민해 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