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민주 "강행"…檢 선거·공직자 수사권 결국 뺏기나

[검수완박 또 파국]단독 처리 카드로 맞불 놓은 與

"이번주 본회의 처리" 속도전 예고

당초보다 일정 당기는 전략도 검토

국민의힘과 추가 협상 여지도 차단

민주 단독처리 강행땐 정국 급랭

정치인 치외법권화 비판도 거셀듯

검수완박 원안 통과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을 위해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검수완박 원안 통과를 주장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박병석 국회의장과 면담을 위해 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발탁)’ 중재안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으로 심사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민의힘이 여야가 합의했던 중재안의 재협상을 요구하자 단독 처리 카드로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주에 본회의 통과를 매듭짓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했다.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이어가면서 법조계 등에서 독소 조항으로 꼽은 공직자 및 선거 관련 검찰의 수사권 박탈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5일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원내대표 간에 합의하고 예정한 대로 오늘 국회 법사위 법안 심사 일정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논의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드러냈다. 그는 “(여야 합의안에) ‘이번 국회’ ‘4월 (임시국회) 안에’라고 돼 있다”면서 속도전을 예고했다.

당 지도부는 국민의힘의 합의안 파기가 최종 확인되면 본회의 일정을 당초 합의한 28·29일보다 앞당기는 전략도 검토하고 있다. 28·29일에 본회의 처리를 시도하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등으로 5월 3일 국무회의 전 통과가 불가능해지는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국회의장 측은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박병석 국회의장이 주도해 마련한 중재안을 국민의힘이 먼저 파기한 만큼 민주당의 단독 처리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의장이 주도한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국회 의사 절차에 대해 긴밀하게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단독 처리를 시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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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특히 국민의힘이 문제를 제기한 공직자·선거 범죄 관련 검찰의 수사권 폐지에 대해서도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수완박법 중재안 합의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우려와 비판의 말씀을 겸허히 새긴다”며 “공직자·선거 범죄 부분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재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검찰이 직접 수사를 진행하는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가운데 부패·경제 범죄만 중대범죄수사청(가칭) 출범에 맞춰 이관하기로 하고 나머지 4개의 중대 범죄는 모두 경찰에 이관하기로 합의했다”며 수용 불가 입장을 못 박았다.

법조계와 학계 등에서는 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강행하면 정국이 얼어붙는 것은 물론 형사 사법 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왔다. 공직자와 선거 관련 수사권이 박탈되면서 정치인만 법망에서 빠져나갈 가능성이 커졌다는 비판도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긴급 성명에서 “중재안은 앞서 제출된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다”며 “이번 중재안은 민생 범죄는 눈감고 정치권은 치외법권화하는 데 의기투합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낸다”고 지적했다.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연루된 선거 범죄와 직권남용 범죄 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면 수사의 전문성이 약화돼 힘 있는 정치인들은 법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 측의 요구를 수용한 추가 중재안 마련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민주당 내에서는 기존 중재안도 못마땅하다며 6개 수사권을 즉시 이관하라는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는 실정이다.

검찰 개혁 강경파로 분류되는 민주당 의원 20명은 당이 발의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원안을 통과시키라고 국회의장에게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회의장은 중재안을 제시하면서 ‘중재안을 수용한 정당의 입장을 반영해 국회 운영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양당 원내 지도부에 통보한 바 있다”며 “국민의힘이 먼저 합의를 깬 만큼 의장 중재안을 수용했던 민주당의 원안대로 입법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용 기자·박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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