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프로그램을 이용해 타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을 알아냈더라도 해당 컴퓨터에 잠금장치가 설정돼 있지 않았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A 씨는 2018년 8월부터 한 달간 직장 동료의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해 카카오톡·구글 등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또 피해자 계정에 접속해 대화 내용, 사진 등을 40여 차례에 걸쳐 내려받았다.
1심 재판부는 “전자기록 등 특수 매체 기록을 기술적 수단으로 빼돌려 피해자의 비밀을 침해했다”며 A 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 자체는 특정인이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기 어려워 특수 매체 기록으로 볼 수 없다”며 전자기록 등 내용 탐지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특수 매체 기록으로 인정받으려면 문서와 마찬가지로 기록돼야 하고 특정인의 의사가 표시돼야 하지만 이러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결국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만 적용해 A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특수 매체 기록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특정인의 의사가 표시돼야 한다고 판단한 것은 잘못이지만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결론은 정당하다”며 “계정 아이디 및 비밀번호가 전자기록 등 특수 매체 기록에는 해당하더라도 이에 대해 별도의 보안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이상 전자기록 등 내용 탐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