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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원 펀드 "SK, 4.6조 자사주 10% 소각해야"

"투자성과 제대로 평가 못받아"

미국계 운용사 이어 주주서한

'자사주 소각' 목소리 커질듯








‘가치투자 1세대’ 이채원 씨가 의장으로 있는 라이프자산운용이 SK(034730)에 자사주를 소각하라는 내용의 주주서한을 보냈다. SK가 보유한 총 4조 6000억 원의 자사주 중 10%에 해당하는 4600억 원 규모의 180만 주를 소각하고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하라는 요구다. 앞서 SK는 미국계 운용사인 돌턴인베스트먼트로부터도 비슷한 요구를 받은 바 있어 앞으로 주가 제고를 위한 주주들의 자사주 소각 목소리가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라이프자산운용은 26일 “SK의 뛰어난 투자 성과가 시장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주서한을 공개했다. 라이프자산운용은 지난해 이 의장이 다름자산운용을 인수해 사명을 바꾼 회사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 중이다.

라이프자산운용은 SK가 2017년 이후 연 11.5%의 주당순자산가치 성장을 창출했지만 지주사 할인, 자사주의 잠재적 매도 물량 등으로 시장가치가 5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SK의 종가(26만 2000원) 기준 지주사 총자산가치(NAV) 할인율은 69.19%에 이른다.



SK는 2017년 이후 연 11.5%의 주당순자산가치(BPS) 성장을 창출했다. 같은 기간 세계 최고의 투자회사로 불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BPS 성장률이 연 12% 수준임을 감안하면 SK는 이미 투자회사로서의 역량을 증명한 셈이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SK를 전통적인 지주회사로 인식하고 관습적인 디스카운트를 적용하고 있다”며 “자사주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이슈로 인해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시장이 믿지 못하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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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자산운용은 이에 따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SK가 보유한 자기 주식의 10%에 해당하는 4600억 원 규모의 180만주 소각을 요구했다. 아울러 투자 리스크의 총량을 관리하는 리스크전담임원, CRO를 임명하고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SK가 짧은 기간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대대적으로 전환해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SK의 주된 재원 조달 원천은 자회사에서 받는 배당금인데 최근 지주회사와 자회사들이 동시에 투자 규모를 확대하면서 배당금이 축소되고 단기 차입 의존도가 높아졌다”며 “현금 흐름 우려는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SK는 이달 초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돌턴인베스트먼트로부터도 공개 주주서한을 받았다. 서한에는 최근 경영진이 주주가치 개선에 노력한 점을 높게 평가했지만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에 보다 집중해 줄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었다.

SK도 이 같은 주주 행동주의를 의식해 주주환원 정책 강화에 나서고 있다. 3월 주주총회에서는 “경상 배당 수입의 30% 이상을 배당하는 기존 정책에 더해 기업공개(IPO) 등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발생한 이익을 재원으로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출범한 라이프자산운용은 가치투자 1세대인 이채원 전 한국투자밸류 대표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강 대표와 라이프자산운용의 전신 다름자산운용의 설립자 남두우 대표가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현재 2700억 원 수준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으며 대표 펀드로 ‘라이프 한국기업ESG향상 펀드’가 있다.


한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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