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일본에 파견한 한일 정책협의 대표단이 일본 측과 양국관계 개선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을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일관계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래 최악의 상황을 맞고 양국 국민 정서 역시 크게 악화한 만큼 관계 개선에 무리하게 속도를 내기보다 신중한 자세를 취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는 26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대표단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접견에 앞서 외무성과 사후 브리핑 같은 것은 하지 않기로 정리했다”며 “양국이 너무 떠벌리듯이 브리핑하는 것은 자제하고 신중하게 임하자고 합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 측은 이번 대표단의 방일 내용을 대외에 알리는 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측은 대표단이 이날 기시다 총리와 전날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하기우다 고이치 경제산업상, 기시 노부오 방위상 등과 각각 면담하는 현장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양측의 모두발언도 공개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더해 대표단이 이날 오전 도쿄 총리관저를 방문해 기시다 총리를 예방한 뒤 한일 양국 취재진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현장을 떠나 의아함을 샀다. 일부 언론에서는 일본 측이 대표단에 총리관저 로비에서 기자들에게 면담 내용을 설명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해 외교결례 논란까지 제기됐다. 일본 내부적으로는 7월에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뒤따랐다.
이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일본 총리를 면담하고 나서 브리핑은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2017년 홍준표 당시 대표도 방일해 아베 신조 당시 총리를 만나고 난 뒤 별도 브리핑을 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대표단이 기시다 총리 면담 이후 브리핑을 하지 않은 데 대해 “한국 측이 불쾌함을 느낄 상황이 전혀 아니었다”며 "분위기는 좋다고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