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대학은 정부와 같이 연구개발(R&D)에 대한 큰 방향을 잡고 교육혁신과 글로벌 연구 경쟁력 확충에 나서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인재를 대거 유치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국제 공동연구와 산학협력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세계 대학 공대 평가에서 아시아 최고로 부상한 싱가포르 난양공대(NTU)의 수브라 수레시(Subra Suresh) 총장과 싱가포르국립대(NUS)의 탄엥체(Tan Eng Chye) 총장은 최근 싱가포르 현지에서 가진 김무환 포스텍(POSTEC) 총장과의 특별대담에서 “정부의 R&D 전략에 따라 지원을 많이 받는 만큼 반드시 성과를 내는 문화가 있다”고 밝혔다.
NTU와 NUS는 최근 영국의 세계 대학평가기관인 QS가 발표한 ‘세계 대학 평가 전공별 순위’에서 글로벌 연구 경쟁력을 바탕으로 각각 4위와 7위를 기록했다. 반면 국제 공동 R&D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우리나라 공대는 KAIST가 세계 16위에서 20위, 서울대가 27위에서 34위로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추락세를 보였다. 인공지능(AI)·바이오·반도체·양자·우주항공 등의 국가 전략기술과 미래 산업 인재를 양성해야 할 우리나라 공대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두 대학 총장은 “우수한 교수진이 세계적으로 인용되는 논문도 많이 쓰지만 세계적 대학과 글로벌 기업과 산학협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테스트베드화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우수 연구자 초빙, 학문 간 융합, 산학연계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실제 싱가포르는 정부, 대학, 국가연구소, 기업이 똘똘 뭉치고 우수한 교육체계와 글로벌 개방성을 갖춰 미국·중국 등 글로벌 기업들과 과학자·학생·연구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 말 싱가포르에 자동차 공장을 완공하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조만간 난양공대에 공동 R&D 센터를 짓고 스마트팩토리, AI 등의 첨단기술을 강화하기로 했다.
싱가포르의 두 총장은 “대학 자체가 정부와 한몸으로 움직이고 바이오기술(BT) 등을 강조하는 A*STAR 등 정부 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세계적 대학·연구소와의 제휴를 늘리고 있다”고 전했다. 두 대학은 각각 미국 듀크대(NUS),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NTU)와 합작해 의대를 세운 뒤 동남아의 의료 허브가 되기 위한 우수한 의료인력과 의사과학자를 적극 양성하고 있다.
김무환 POSTEC 총장은 “기술패권 시대, 우리 대학이 글로벌 연구경쟁력을 갖추고 기술 사업화에 나서야 한다”며 “대학이 정부·기업·연구소와 함께 국가의 생존과 미래성장 동력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